[원세훈 항소심, 선거법도 유죄] “현정권 책임론 부각시킨 셈”… ‘무죄’ 예상했던 수뇌부 당혹
“1심 선고 때 비난받을 각오를 하고 항소를 포기하는 게 나을 뻔했다.”(검찰 공안 관계자)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4)의 대선 개입 선거법 위반 혐의가 9일 항소심에서 유죄로 인정되자 검찰 내부에선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통상 검찰은 유죄 선고를 목표로 기소와 공소유지를 하지만 이번 사안은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로서도 유죄 선고를 마냥 반길 수 없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는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유죄가 국정원이 대선 당시 여당 후보(박근혜 대통령)의 선거를 위법한 방식으로 지원했다는 걸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민감성 때문에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할 때 당시 채동욱 검찰총장과 수사팀, 황교안 법무부 장관 사이에 첨예하게 의견이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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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가 선고되고 원 전 원장이 법정구속까지 됐지만 검찰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수사를 책임졌던 당시의 검찰 지휘부가 모두 떠난 데다 현 정권의 책임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결과에 선뜻 반응을 내놓기가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선거법이 유죄가 났다고 하더라도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건 아니다. 국정원이 작성한 전체 댓글 중 유죄가 인정된 부분은 동해 바다에 ‘물 한 바가지’ 부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반면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은 결과에 만족하면서도 말을 아꼈다. 이들은 1심이 선거법 위반 부분에 무죄를 선고했을 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시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대구고검 검사는 이날 “판결에 대한 논평을 하는 게 옳지도 않고 논평할 입장도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