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건설 때 야당 의원들은 길바닥에 드러누워 “우량 농지 훼손 웬 말이냐” “부유층 전유물인 고속도로 결사 반대”를 외쳤다. 서울대 상대 교수들은 반대 성명서를 냈다. 변형윤 서울대 교수는 “소수의 부자들이 젊은 처첩들을 옆자리에 태우고 전국을 놀러 다니는 유람로가 되지 않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대원군이 경복궁을 만들다가 망한 것처럼 박정희는 경부고속도로를 만들다 망할 것”이라는 악담도 있었다.
▷포항제철을 만들 때는 “철강산업에서 어떻게 수지가 맞겠는가” “제철 공장을 짓더라도 연료도 없고 쓸 곳도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철강은 수입하고 쌀을 만들라는 주장도 나왔다. 물류(物流)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나, 현재 포스코로 변신한 포철을 빼고 한국의 성공 신화를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나는 개발연대 국가 지도자의 산업화 결단과 야당의 민주화 투쟁을 모두 높이 평가하지만 경제만 갖고 말한다면 각계 반대론자들의 주장은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단견(短見)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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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