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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포용정책은 분단 관리용… 이젠 분단 극복 전략 짜야”

입력 | 2015-02-05 03:00:00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제3심포지엄: 남북한, 평화의 길을 찾아서
인촌기념회-동아일보-채널A-고려대 공동주최




‘통일리더십’ 보수-진보 머리 맞댔다

《 한반도가 ‘안정적인 평화’로 가기 위해 ‘새로운 통일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 채널A, 고려대가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공동 주최한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세 번째 심포지엄은 북한을 변화시켜 핵을 포기하고 통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보수와 진보가 머리를 맞댄 자리였다. 》
  
▼ 기조강연… 진정한 평화와 안정의 길을 찾자 ▼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
햇볕정책으로 얻은건 北 도발뿐… 실력 앞세워 北 압박-설득해야


긴장과 대결을 최소화하고 평화와 안정을 극대화시키는 접근을 ‘전략적 사고’라고 한다.

통일을 말하고 싶다면 평화공존과 공동번영 도모와는 다른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햇볕정책이나 대북포용정책은 통일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었다.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이 일차적인 목표였다. 그래서 북한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돌아온 것은 핵폭탄과 장거리미사일 개발, 1·2차 연평해전이었다. 공동번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통일을 어떻게 이룰까. 그동안 독일통일 모델에 주목했다. 그러나 독일통일은 냉전 종식의 부산물일 뿐이다. 독일이 어떻게 통일되었나보다 냉전이 어떻게 끝났는가를 알아야 한다. 원칙과 가치관, 실력을 바탕으로 한 대화와 협상만이 북한을 올바로 이끌 수 있다. 냉전의 교훈이다. 남북 간의 체제경쟁은 끝났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압력을 넣는 한편 개혁개방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우리가 원하는 통일, 주변국들이 원하는 통일은 남한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 경제 체제하의 통일이라는 점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분단 70년. 주변 정세를 살피고 주변국들을 적극 설득하면서 통일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 제1주제… 북한 핵, 어떻게 풀어야 하나 ▼

전재성 서울대 교수
北, 제재 못견딜때 돼야 핵 포기… 정부 유화적 대북정책 신중해야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로 북한 핵 문제가 시작된 지 22년이 흘렀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고, 북핵 해결의 개념조차 불명확해지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표면적으로나마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합의함으로써 비핵화를 목적으로 설정했던 것과 달리 김정은의 북한은 헌법에 핵 국가라고 명시해 비핵화를 국가 목적에서 제외했다.

그런 북한이 핵무기의 전략적 포기를 고려할 상황은 주변국의 견고한 외교·경제적 제재로 경제적 발전의 한계에 부닥치는 때이다. 북핵 포기 이후 북한 정권에 주어질 반대급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북핵 문제는 본질적으로 다층적 성격이며 해결 방법에도 다양한 행위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한반도 현상유지에 기반을 둔 북핵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중국은 흡수통일에는 명백히 반대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본궤도에 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한국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 및 국제사회는 한국이 남북관계를 위해 국제적 제재 국면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해석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비핵화 과정과 남북관계 발전 과정은 반드시 맞물려야 한다.  
▼ 제2주제 분단 극복을 위한 주변국 전략 ▼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南주도 통일, 국제사회 명분 필요… 美 이용해 中日러 입장 조율해야

통일의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분단 관리가 아닌 분단 극복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한반도 통일 문제에는 국민의 통일에 관한 컨센서스, 북한 주민의 의사,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이라는 세 가지 전선이 있다.

특히 통일 외교에서 주변국들의 지지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한반도 통일이 국제사회나 주변국에 위협이 되지 않고 이익이 된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정책이 통일외교의 출발점이다. 통일 비전에 평화적 대외정책과 함께 과감한 군비통제 구상을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한국 주도의 통일에 주변국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명분과 정당성을 축적해야 한다. 셋째, 우리의 기본적 역량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외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둘러싸인 최악의 지정학적 조건에서 이들 국가의 이해를 모두 반영하는 통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내에는 중국의 국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중국을 좀 더 중시해야 한다는 담론도 제기되지만 미국만이 중국 러시아 일본의 입장을 조정할 수 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이들 지역 국가와 긴밀한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통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 제3주제… 남북관계 해법과 통일 리더십 ▼

유호열 고려대 교수
통일로 가는 길 갈등-혼란 불가피… 국민통합 강화할 리더십 절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북한 핵개발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대북정책과 통일정책 간 유기적 관계는 파기됐다. 통일 준비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통일 리더십을 확립하고 국민 대통합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남북 간 각종 현안을 해결하면서 통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도면밀하게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동시에 통일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북한 주민들과 주변 및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막중한 통일시대의 리더십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구조이지만 대통령의 1인 리더십이 아니라 거버넌스(갈등을 푸는 정치적 역량)를 도출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는 리더십이라면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가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에 대한 이해를 제고하려면 일반인, 전문가, 언론, 해외 동포, 탈북 주민 등으로 대상을 구분해 차별화하는 맞춤형 대응 전략을 강구해야 한다.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독일이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에 입각해 법과 제도를 공고히 하고 교육에 집중함으로써 통합을 이뤄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 송민순 前외교 “北 우라늄농축 간과한 적 없어”… 현인택 前통일 “5·24조치 해제할 시점 아니다” ▼

전직 장관들의 대북정책 해명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열린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심포지엄의 첫 번째 주제인 ‘북한 핵, 어떻게 풀어야 하나’에 대해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북한 핵문제에 관한 한 이제 진보도 보수도 불편한 진실을 털어놓을 때가 됐다. 거짓말하지 말자.”

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남북한, 평화의 길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열린 ‘선진사회로 가는 대한민국의 과제’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말에 참석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토론 중간에 참석자들은 의견을 제시하면서 ‘솔직히’ ‘공감한다’ 등의 단어들을 계속 이어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대한 5·24 대북제재 조치 등을 주도한 책임자였던 전직 외교 통일 장관을 겨냥한 직격 인터뷰 형태의 토론도 이뤄졌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과거에 제일 잘됐다고 믿는 합의인 9·19 공동성명조차도 현재 북한이 본격적으로 가동시키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몸통을 한마디도 건드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당시 6자회담 한국 측 수석대표로서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냈던 송민순 경남대 석좌교수는 “(사실 관계가) 틀렸다. 공동성명에 보면 ‘남과 북은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을 준수한다’고 부연했다. (북한은)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서 플루토늄이든 우라늄 농축이든 하지 않는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 교수는 “하지만 9·19 공동성명 후속조치로 2년 뒤에 나온 합의들도 기존의 플루토늄만 다뤘다”며 “추상적으로 이야기했던 비핵화가 실질적인 논의에서는 플루토늄 이외의 것을 건드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되받았다.

5·24 대북 제재 조치에 대한 생각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현인택 고려대 교수는 “5·24 조치를 발표한 당사자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가…”라며 직답을 피하면서도 “아직 해제할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해선 언론 인터뷰 등 어떤 형태로도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매듭을 묶은 쪽이 풀어야 문제가 풀리는 것”이라며 “그 매듭을 풀기 위해선 최소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해나가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초석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우선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답변이었다.

‘분단 극복을 위한 주변국 전략’이라는 주제의 2세션 사회를 맡기도 했던 현 교수는 “이제 공은 정부가 갖고 있다. 이런 내용들을 잘 수렴해 미래의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실질적인 정책들을 쌓아가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제별 발표자를 비롯해 사회자 및 토론자로 나선 국내 최고 외교 안보분야 전문가 18명 대부분이 8시간 넘게 진행된 심포지엄 내내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인사말을 한 이용훈 인촌기념회 이사장도 오후까지 주제발표와 열띤 토론을 지켜봤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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