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 훈련 캠프를 차린 프로야구 NC 선수단의 모자에는 모두 숫자 ‘155’가 적혀있다. 배트와 헬멧도 마찬가지다. 155는 NC 투수 원종현(28)의 트레이드마크다. 원종현은 지난해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던지며 팀의 사상 첫 포스트 시즌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기대를 더욱 부풀리던 그는 지난달 투산에서 훈련하다 어지럼증을 호소해 귀국했다. 정밀진단 결과 대장암 판정이 내려져 지난달 29일 수술대에 올랐다. 김종문 NC 콘텐트본부장은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쾌유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뭉쳤다. 작은 힘이라도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은 선수 등록 시한인 지난달 말 원종현의 이름이 포함된 명단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했다. 김 감독은 “원종현과 시즌을 함께 하겠다는 의미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성공리에 수술을 마친 원종현은 3일 퇴원해 군산 집에 머물며 통원치료를 받을 계획이다. 병마와의 싸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일지 모른다. 하지만 몸은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큼은 늘 자신과 함께 할 선후배들이 있기에 외롭지 않을 것 같다.
뛰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원종현은 2년 동안 2군과 3군을 전전하다 오버핸드스로에서 쓰리쿼터형으로 바꾸면서 구속이 150km 가까이 올라가 NC 불펜의 한 축을 책임지게 됐다. 지난해 팀 내 최다인 73경기에 나와 71이닝 동안 5승 3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 4.06의 성적을 남겼다. 원종현은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이긴 것처럼 이번에도 이겨내겠다. 건강을 되찾아 다시 마운드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