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관광 개선책 마련 적발 병원 외국환자 유치 등록 취소… 우수병원 인증제 이르면 7월 시행 의료사고 보험 가입하면 인센티브… 中 등에 의료관광 관리센터 건립
서울 강남구에서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A 씨는 국내 의료관광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부에 등록하지 않은 불법 브로커에 기대지 않고서는 해외환자 유치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동안 불법 브로커가 수수료를 진료비의 50% 이상 요구해도 병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였다. 브로커들이 환자를 다른 국내 성형외과나 일본 대만 등지로 빼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들은 중국인 환자로부터 먼저 수수료와 진료비 총액을 받고, 병원에 수술비만 주는 등 영업 방식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 병원들은 중국인 환자가 얼마의 비용을 지불하는지, 수수료를 얼마나 떼는지조차 알 수 없다.
○ 불법 브로커 통해 소개받으면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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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2월 발표할 ‘의료관광 시장 건전화 종합대책’에 따르면, 앞으로 불법 브로커로부터 환자를 소개받은 병원은 해외환자 유치업 등록 자체를 취소시킬 수 있다. 그동안엔 불법 브로커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 정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종합대책이 시행되더라도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 정부는 이들과 연결된 국내 의료기관을 집중 단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한동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해외환자유치지원실장은 “중국 현지 브로커들은 국내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 또는 조선족들을 고용해 환자 이송과 가이드를 맡기는데, 결국 최종 수요자인 의료기관을 단속하면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어 사이트 통해 투명 공개
해외환자들이 불법 유치업자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가장 큰 이유는 정보 부족이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어 아랍어 등으로 만든 의료한류 포털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국내의 어떤 병원이 우수한 품질을 제공하는지 △외국인 환자 보호 장치는 충분한지 △어떤 진료를 하는지 △적정한 가격을 받는지 △수수료는 얼마나 받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것. 검증된 정보를 외국인들에게 제공하면 공식 채널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는 의료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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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환자 사후관리 강화
외국인 환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강화된다. 정부는 병원이 외국인 환자를 받으면 진료 이전에 진료 내용, 비용, 수수료, 분쟁해결 절차 등을 설명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한국에 오기 이전과 이후를 세심하게 관리하는 ‘프리-포스트 케어 센터’를 중국과 중동 등지에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민간 병원들이 중국 중동 미국 몽골 등지에 사무소를 세우고 환자 유치활동을 해왔지만 정부가 직접 센터를 건립한 적은 없다. 정부의 참여로 공신력과 서비스 품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사고를 대비해 배상보험에 가입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의료관광업을 하는 병원 가운데 배상보험에 가입한 비율은 약 3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적극적인 배상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현재 전면적으로 금지된 외국어 의료광고를 공항 등 외국인 밀집 장소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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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