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회고록]남북 정상회담 물밑교섭 임태희, 2009년 北과 싱가포르 접촉… 北 쌀-비료 대규모 지원 요구해 결렬 천안함 폭침 뒤에도 北인사 서울 방문 MB, 예방요구 거절… 2011년 처형돼
북한이 처음 접촉을 요구한 것은 2009년 8월 22일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단을 파견했을 때였다. 조문단장인 김기남 북한 노동당 비서가 임태희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통해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 북한 조문단은 예방 요청 하루 뒤 일반 방문객과 같은 검색 절차를 거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김 비서는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북남 수뇌들이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남북 정상이 만나 북핵 문제를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만 강조하고 돌려보냈다. 닷새 뒤(8월 28일) 북한의 대남 문제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장이 통일부 장관 앞으로 메시지를 보내 ‘남북 정상회담을 원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쌀, 비료 등 경제지원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해 진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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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개성에서 이어진 통일부-통전부 실무회담에서 북한은 옥수수 10만 t, 쌀 40만 t, 비료 30만 t, 아스팔트용 피치 1억 달러어치, 북한 국가개발은행 설립 자본금 100억 달러 등을 제공받기로 싱가포르에서 합의했다고 주장하며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임 전 장관이 “논의 내용을 적었던 것에 불과하며 합의문이 아니다”고 부인하면서 이 접촉도 결렬됐다.
2010년 3월 30일, 침몰된 천안함의 함수와 함미 중간 지점에 위치한 독도함에서 브리핑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