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부부와 집 합치는 노년층 늘고… 소형 위주 공급에 일부지역 품귀 중대형 청약경쟁률, 소형의 9배
60대 박명자(가명) 씨가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 아파트를 팔고 고양시 일산의 방 4개짜리 전용면적 130m² 아파트로 이사한 이유다. 맞벌이인 아들 부부는 손녀를 봐 달라며 먼저 “함께 살자”고 박 씨에게 제안했다.
박 씨 같은 수요자들이 많아지면서 85m² 초과 135m² 이하 규모의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가 회복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1, 2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85m² 이하 소형 아파트가 대세였던 흐름과 달라진 모습이다. 최근 신규 분양되는 아파트들이 소형 위주로 공급되다 보니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한 측면이 크다.
중대형 아파트는 특히 자산가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권 등 도심 지역이나 은퇴자들이 많은 도시 외곽의 경치 좋은 지역에서 잘 나갔다. 지난해 7월 청약을 받은 서울 용산구 ‘래미안 용산’은 165채 모두 전용면적 135∼181m²의 대형이었지만 301명이 신청하며 모두 마감됐다.
지난해 11월 청약을 받은 ‘경희궁 자이’도 중소형보다 대형의 분양 성적이 더 좋았다. GS건설 관계자는 “대형 아파트는 청약을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계약이 끝나 소형보다 일찍 다 팔렸다”고 말했다. 투자수익률을 따진다면 소형이 잘 나가야 했지만 교통이 편리한 서울 도심에서 큰 규모의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여전히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늦은 나이까지 독립하지 않는 ‘캥거루족’ 자녀를 끼고 사는 노년층,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여전히 정정한 고령의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노년층이 이 같은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 2014년 수도권 분양 85㎡ 초과 20%뿐 ▼
중대형 아파트 품귀 조짐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중대형 아파트는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수요층이 안정적으로 형성되기는 힘들다”며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욱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원은 “1, 2인 가구의 절반은 어느 정도 자금 여력이 있는 50대 이상이라 큰 주택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이 추후 수요까지 정확하게 분석해 아파트를 적절히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