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보험사의 마케팅 담당 간부 A 씨는 작년 봄 한 법인보험대리점 지사장으로부터 “우리 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에게 골프채를 주고 싶으니 지원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얼마 후 A 씨는 1000만 원 상당의 골프채 40개를 들고 이 대리점 지사장을 찾았다. GA 지사장에게 “이번 달 실적 잘 부탁 드린다”는 인사를 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근 소속 설계사가 1만 명이 넘는 공룡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t)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GA가 보험판매의 ‘갑’으로 등장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매출액 기준 손해보험 판매 경로 중에서 GA는 46.6%를 차지해 보험사 전속설계사(26.9%)를 크게 앞선 1위였다. 생명보험에서는 4위였다. 설계사 500명 이상의 대형 GA는 2011년 12월말 31개에서 지난해 9월말 35개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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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를 관리하는 한 보험사 영업담당 직원 B 씨는 “GA 소속 설계사들이 ‘다른 보험사들은 이것도 해준다’며 이런저런 요구를 해올 때가 많다”며 “거절하면 매출이 떨어질까 걱정이 돼 무리한 요구도 들어주게 된다”고 털어놨다. 회식비 제공, 설계사 해외여행 지원, 사무실 인테리어 교체비용 제공 등이 자주 나오는 요구사항이다.
보험사에 대한 GA의 무리한 요구는 보험료 인상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보험사가 GA에 지원하는 회식비, 골프채 구입비도 결국 소비자의 보험료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 설계사에 대한 관리는 느슨히 하면서 실적경쟁은 과도하게 붙이는 GA들 때문에 결과적으로 불완전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속을 자주 바꿔가며 수수료를 챙기는 일부 ‘철새 설계사’들 때문에 보험의 장기관리가 안 되는 ‘고아 계약’이나 기존 계약을 해지시키고 신규 계약을 유도하는 ‘보험계약 갈아타기(승환계약)’가 많아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1년 이상 보험계약을 유지하고 있는 비율은 GA가 80.5%로 보험사 전체 평균 82.7%보다 낮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대형 GA의 불건전 영업행위를 상시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관리감독도 강화하고 있다. 또 GA가 불완전판매 등으로 보험계약자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 1차적으로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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