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소규모 주택을 도심에 대량 공급하기 위해 각종 건축 규제를 완화한 결과 등장했다. 건물 간격이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크게 낮춘 덕에 비용 절감 효과는 거뒀지만 안전 분야의 규제 완화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됐다. 여객선 제한 선령을 20년에서 30년으로 완화해 외국의 낡은 선박을 도입함으로써 대형 참사로 이어진 지난해의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게 한다.
선진국은 경제적 규제는 완화하되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와 관련된 안전 분야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안전 분야 규제는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번에야말로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이번 대책 또한 도시형 생활주택에 국한돼 있어 도심의 대형 사고 예방에는 크게 미흡하다. 화재예방 대책은 도심의 모든 건축물에 적용해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다음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화재 감지기 의무 적용대상 확대 및 기존 미설치 법령에 의해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소방대상물에 소급적용이 필요하다. 현재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적용되지 않은 소규모 특정소방대상물이 많아 화재 사실의 전파가 늦어짐에 따라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되고 있다.
둘째, 사무실이나 침실 등 사람이 머무는 곳에는 연기감지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화재가 발생해 1분 동안 15도 이상 상승할 때 감지하는 차동식 화재감지기를 주로 설치한다. 하지만 이런 때는 경보가 울리기 전에 이미 연기에 질식해 사망할 우려가 있다. 연기감지기를 설치하면 불이 번지기 전에 미리 사고를 감지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셋째, 스프링클러 적용 대상도 확대해야 한다. 5층 이하 건물에서 설치비용이 부담된다면 일종의 간이 스프링클러인 ‘일반소방전용수도미터기’라도 설치해야 한다. 일반 주택에서 이 장비를 설치할 때 드는 비용은 100만 원 이내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은 국민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대한민국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번에 정부에서 준비 중인 국민안전혁신 방안에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가 가능해 국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이 담기기를 기대한다.
정재희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