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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범 부인, 사건 나흘전 경찰 찾아갔지만…

입력 | 2015-01-16 03:00:00

흉기에 찔린 다음날 민원실 방문 “남편이 죽이겠다 협박… 체포 안되나”
경찰 “고소장 내라” 별도조치 안해
안산 살인범 “나도 피해자”… 구속




경기 안산시 인질 살인사건 피의자 김상훈(46·구속)의 아내가 사건 발생 4일 전 경찰서를 찾아가 “남편이 폭력을 휘두른다”고 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아내를 돌려보냈다.

15일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김상훈의 아내 A 씨(44)는 이달 8일 오후 3시경 안산상록경찰서 종합민원실을 찾았다. 7일 김상훈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며 집에서 A 씨의 허벅지를 흉기로 찌른 다음 날이다.

A 씨는 퇴직 경찰관인 민원상담관에게 “남편이 폭행하고 아이들과 나를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남편을 체포해서 구속할 수 있느냐”는 내용의 상담을 했다. 해당 상담관은 “현행범이 아니어서 바로 체포할 수는 없고, 고소장을 제출하면 처리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A 씨는 고소하지 않은 채 돌아갔다. A 씨는 경찰의 태도가 미온적이고 신변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고소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신변의 위협을 느낀 A 씨는 두 딸과 함께 여관으로 피신해 머물다가 12일엔 전 남편의 집에 돌려보냈고 바로 이날 인질극이 벌어졌다.

2011년 10월 개정된 ‘가정폭력범죄 처벌 특례법’에 따르면 경찰은 가정폭력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 가정폭력범죄가 재발할 가능성이 있거나 긴급한 상황일 때 퇴거 등 격리조치와 100m 이내 접근금지 같은 조치를 직권으로 내릴 수 있다. 사안이 심각하면 고소 절차 없이 경찰관이 대응할 수도 있다.

김상훈은 범죄를 뉘우치기는커녕 경찰과 아내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김상훈은 15일 영장실질심사 전 취재진 앞에서 고개를 든 채 “나도 피해자다. 경찰이 지금 내 말 다 막고 있다. 작은딸(16)이 죽은 건 경찰 잘못도 크고 애 엄마(A 씨)의 음모도 있다. 철저한 수사를 할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소리쳤다. 경찰은 이날 특정강력범죄처벌 특례법에 따라 김상훈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중대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안산=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