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드라마, 뒤틀린 관계’ 만평… ‘양국 갈등상황 답답함’ 표현
일본 도쿄신문이 12일 조간에 실은 만평.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남녀관계로 묘사했다.
도쿄신문은 이날 박 대통령 얼굴을 한 여인이 두 손을 모아 쥐고 화난 표정으로 “당신이 바뀌지 않으면 현재 (관계) 그대로예요”라고 외치자 다음 컷에서 남자의 거대한 팔이 깜짝 놀라는 여인의 얼굴 옆을 지나가는 장면을 실었다. 마지막 컷은 아베 총리 얼굴을 한 남자가 팔을 여인 얼굴 옆에 둔 채 두 눈을 감고 “하∼”하고 한숨을 푹 쉬는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컷의 여인의 표정은 그런 남자의 얼굴을 보며 거의 질려 있는 모습이다. 만평 옆에는 세로로 길게 ‘한류 드라마 뒤틀린 관계’라는 제목까지 붙어 있다. 만평을 보는 누구든지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의 완고한 원칙론에 지쳤다는 뉘앙스로 읽을 듯하다.
이 만평은 마지막 장면 남자 얼굴 옆에 쓰인 ‘아베돈(安倍ドン)’이란 설명으로 추정컨대 현재 일본 만화에서 유행 중인 ‘가베돈’을 풍자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가베’는 벽(壁)의 일본식 훈독이고 ‘돈(ドン)’은 물건이 벽에 부딪칠 때 나는 둔탁한 소리다. ‘가베돈’은 일본에서 남자가 여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자를 벽으로 몰고 간 뒤 팔로 탕하고 벽을 치면서 바짝 다가서는 애정 표현 방식이다. 평소 한국에 호의적이기로 유명한 도쿄신문이 이런 만평을 실은 것에 대해 관계자들은 “일본 내 지한파들조차 꽉 막힌 한일 관계에 답답증을 토로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제는 한국이 일본에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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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13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은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각 문제에 대해 우리로서는 최대한 노력해 왔다”고 말해 한일 관계에서 쉽사리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박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 측의 자세 전환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정상회담은 전제 조건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