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회견 이후]
고성호·정치부
하지만 알 만한 사람은 김 실장의 유임이 ‘시한부’라는 점을 다 안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옷을 벗을 사람에게 업무 장악력이 생길 리 만무하다.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을 거부하면서 초유의 항명 사표를 던져 영(令)이 서지 않는 비서실의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한 김 실장 아닌가.
올해는 박근혜 정부의 집권 3년차다.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로 그 어느 때보다 국정 성과를 내야 할 중요한 시기다. 새해 벽두부터 국정 고삐를 다잡아야 할 시기에 박 대통령 스스로 김 실장의 거취 논란에 불을 지핀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온다. 자칫 인사 표류가 장기화할 경우 박근혜 정부 3년차 국정운영의 동력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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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홍원 국무총리도 김 실장과 동병상련일 수도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지명된 안대희 문창극 등 총리 후보자 2명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도로 총리’가 돼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교체설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권에선 정 총리도 ‘시한부 총리’라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온다.
국정운영의 양대 축인 대통령비서실장과 총리 모두 ‘시한부 직책’이라면 힘 있게 국정과제를 밀어붙일 수 없다. 추락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성과를 내려면 박 대통령이 좌고우면하기보다는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또다시 인사 패착으로 점철되어선 안 될 것이다.
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