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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바늘구멍’ 국공립어린이집 1000곳 더 늘린다

입력 | 2015-01-14 03:00:00

서울시 2018년까지 확충키로




서울 관악구에 사는 염모 씨(34·여)는 며칠 전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아이를 입학시킬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가 입소대기를 신청한 건 아이를 임신 중이던 2013년 가을이었다. 1년을 넘게 기다린 끝에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된 것. 염 씨는 “2, 3년씩 기다린 사람이 주변에 수두룩하다”며 “그나마 나는 맞벌이 부부여서 다른 사람보다 빨리 된 것 같다”고 혀를 찼다. 염 씨의 말대로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려면 최소 1, 2년을 기다려야 한다. 오죽하면 “대학 입시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 최근에는 민간어린이집까지 입소난이 확대됐다.

이런 고질적인 입소난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는 현재 934곳인 국공립어린이집을 2018년까지 약 2000곳으로 확대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렇게 되면 전체 어린이집 중 국공립 비율은 28%(현재 13.7%)까지 늘고 정원도 기존 6만5000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어난다. 시는 올해 150곳, 내년 300곳, 2017년 300곳, 2018년 250곳을 확충할 계획이다. 2014년 9월 기준으로 국공립어린이집에 들어가려고 대기 중인 영유아는 9만9405명에 달한다.

시는 이를 위해 학부모들과 어린이집 원장, 전문가와 함께 만든 ‘4대 가이드라인’도 내놨다. 먼저 ‘지역별 균형 배치’ 원칙을 세워 국공립어린이집이 없는 시내 15개 동과 1곳만 있는 122개 동에 우선적으로 설치하기로 했다.

어린이집 이용률이 높은 지역의 민간어린이집 가운데 경영이 어려운 곳을 선정해 국공립으로 전환키로 했다.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전환하면 기존 운영자에게 처음 5년간 운영권을 주고, 리모델링과 기자재비를 최대 1억5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특히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단지 안에 있는 민간어린이집이 국공립으로 바뀌면 입주민들에게 주민 공동이용 시설개선비를 7000만 원까지 지원한다.

또 새로 설치되는 어린이집은 예산을 아끼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사용하지 않는 학교 교실, 도시공원 내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공립어린이집 한 곳을 늘리는 데 쓴 비용은 평균 7억5000만 원. 새로운 공간을 활용할 경우 개소 비용을 6억3000만 원까지 낮출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1000곳을 늘리는 데 총 6300억 원을 지출하게 된다.

보육 우수교사 인력 풀을 구성해 채용을 지원하는 ‘보육교사 공적관리 시스템’도 도입된다. 시는 5월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 보육품질지원센터를 설치하고 보육교사 공모교육을 통해 10월부터 인력 풀을 운영한다. 어린이집 원장도 지금까지는 자격만 있으면 국공립어린이집 원장을 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최소 7년 이상 현장 경력이 있어야 하고 과거 5년 안에 행정처분 등을 받은 사례가 없어야 한다. 아울러 국공립어린이집 대기자 중 만 0∼2세 영아 비율이 80% 이상인 점을 고려해 영아 보육에 특화된 국공립어린이집을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