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美 CES/황태호 기자의 라스베이거스 현장] 춤추는 로봇에는 인텔 CPU 넣고… 스마트 센서 탑재한 車 스스로 달려 복잡한 연산작업하는 두뇌 역할… 한국 기업들도 투자 확대 나서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디터 체체 다임러그룹 회장과 회동을 가진 뒤 걸어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CES 전시장을 찾아 삼성전자와 현대차 전시장 등을 둘러봤다. 라스베이거스=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뉴스1
○ CES의 ‘숨은 주인공’
이번 CES에서는 IoT와 스마트카 같은 새로운 영역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 기업인 퀄컴 전시관에는 이들 제품이 모두 있었다. 전시관 직원은 그 이유를 “이들 제품에 우리 반도체가 들어가 있다”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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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강자 인텔은 360도 방향을 한꺼번에 촬영할 수 있는 소형 무인기(드론), 음악에 맞춰 군무(群舞)를 추는 로봇 등을 전시했다. 인텔 반도체가 이들 제품의 두뇌로 쓰인다. 브라이언 크러재니치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운동선수의 기량 향상을 위해 오클리 스포츠용 안경(고글)에 인텔의 정보기술(IT)을 접목할 것”이라며 새로운 협업 전략도 이날 밝혔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도 스마트카용 센서 시장 진출을 발표했다. 엔비디아 반도체를 탑재한 아우디 자율주행자동차 ‘호켄하임’은 실리콘밸리 엔비디아 본사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운전자 없이 달려와 환호를 받았다.
○ 한국 기업들도 투자 늘려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은 시스템반도체다. 한국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는 메모리반도체(저장용)와 달리 복잡한 연산 작업을 수행해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삼성전자가 인텔보다 반도체 매출이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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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경기 평택에 총 15조 원을 들여 메모리·시스템 반도체 생산 라인을 세운다고 발표했다. SK하이닉스도 시스템반도체 설계 인력을 대폭 보강하는 중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가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미래 전자산업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본준 부회장, 다임러그룹 체체회장과 1시간 회동… 정의선 부회장, 삼성-소니 등 전시장 꼼꼼히 살펴 ▼
CES서 기업인들 활발한 행보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이 6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 디터 체체 다임러그룹 회장과 회동을 가진 뒤 걸어 나오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CES 전시장을 찾아 삼성전자와 현대차 전시장 등을 둘러봤다. 라스베이거스=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뉴스1
구 부회장은 체체 회장과 1시간가량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즈니스 한번 잘해 보자는 얘기를 했다”며 “전장부품과 관련해선 (벤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가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만든 지 10년 정도 됐는데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며 “다른 전장부품들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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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체 회장은 이날 구 부회장과 만난 뒤 “향후 개발될 무인자동차에 LG전자 부품을 쓸 의사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이날 CES 현장을 찾아 삼성전자와 일본 소니, 캐논, 도시바 전시장을 꼼꼼히 살펴봤다. 정 부회장의 CES 참석은 2011년 이후 4년 만이다.
정 회장은 국내 기자들이 일본 도요타의 수소연료자동차 상용화와 관련한 질문을 하자 “현대차는 수소차를 이미 상용화해 유럽 등에 판매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소차의 국내 시판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국내는 인프라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 간 결합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정 부회장이 현장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CES에 간 것”이라고 말했다.
▼ 美시장조사업체 “삼성전자-LG전자 부스 꼭 가보라”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한 삼성전자와 LG전자 수장들이 글로벌 TV 사업에서 ‘추격자’ 중국 업체들과의 기술 격차를 더 벌리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는 6일(현지 시간) 아리아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들(중국 업체들)이 뭘 들고나오는지보다는 우리 제품을 소비자들이 얼마나 편리하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올해 TV 판매 목표를 묻는 질문에 “6000만 대는 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올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TV 시장에서 26∼27%(수량 기준)의 점유율(추정치)로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권봉석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부사장)도 같은 날 앙코르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는 브라운관과 액정표시장치(LCD)의 뒤를 이을 3세대 TV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CES의 모바일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제품을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며 “두 업체의 부스를 방문하는 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라스베이거스=황태호기자 tae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