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노태황 이마트 바이어는 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카카오 산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는 값싼 초콜릿 음료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직접 농장에서 카카오 원물 파우더를 수입한 뒤, 한국 중소기업에 가공을 맡기면 기존 제품보다 20%가량 싸게 팔 수 있다는 데 착안했다. 유럽 초콜릿 기업이 주로 소유하고 있는 주요 아프리카 농장은 유통단계가 늘어나 가격이 비싸진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결국 올 3월 말레이시아 오지인 타와우 지역 농장까지 찾아가 본 뒤 카카오 파우더의 수입을 결정했다.
국내 대형마트의 해외 조달 방식이 바뀌고 있다. 해외에서 값싼 완제품을 찾아 수입하던 기존 방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카카오와 같은 원재료를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는 ‘원재료 조달’ 시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 중소 제조사가 원재료를 수입하는 것보다 대량 구매를 통해 협상력에서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대형마트가 나서는 게 원가를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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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주요 대형마트들이 다양한 해외 소싱 방식을 도입하는 이유는 매출이 침체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유통단계를 줄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대형마트들이 원재료 수입량을 늘리면 세계 식품 원재료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미국 월마트처럼 구매 시 협상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며 “해외 소싱 규모가 올해 7000억 원을 돌파한 가운데 원재료 조달 비중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