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시, 마을시장 당선 취소 논란

市 “공약, 공동체사업과 연관 적다”
다른 후보 세명도 무효 통보… “3000만원 들여 투표 왜 했나” 비판

8월 20일∼9월 14일 서울마을선거 홈페이지에서는 마을시장 선거가 열렸다. ‘내가 서울시장이라면 ○○○ 마을공동체 정책을 펼쳐 이웃과 함께 살기 좋은 서울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누리꾼들의 투표를 거쳤다. 마을주민이 직접 마을시장을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표를 가장 많이 얻은 김동근 양성평등연대 대표(25)의 마을시장 당선이 갑자기 취소됐다. 그의 공약은 ‘어르신들과 취약계층에 티켓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가족행복객석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서울시는 선거가 끝나고 나흘 뒤 마을공동체 사업과 연관이 적은 공약이라며 당선이 무효라고 통보했다. 김 대표는 “마을시장의 지위를 돌려 달라”며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현재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는 김 대표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 3명도 같은 이유로 무효 통보를 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누리꾼들의 선택을 받은 상위 10명이 마을시장(1명), 마을부시장(3명), 마을반장(6명)으로 선출돼야 했지만 서울시는 마을반장 6명만 임명했다.

당선된 마을반장 중 한 명인 김모 씨는 ‘서울시내 마사회의 화상경마장을 점차 폐쇄하고 그곳에 문화시설을 세우겠다’ ‘올해 남은 예산은 환수 대신 마을공동체에 쓰겠다’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당선 무효를 통보받은 김 대표는 “누리꾼이 아니라 어차피 시에서 마을시장을 정할 것이라면 뭣 하러 예산 3000만 원을 들여 투표했는지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서울시는 “마을시장심의위원회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에 적합한 정책을 제안한 후보를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후 탈락시켜 행사 의미를 퇴색시켰고 ‘왜 돈 들여 투표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