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셀룰로이드 재질 대체… 2015년부터 모든 국제대회 사용 표면 돌기 없어 회전력 감소… 공 느려 힘센 공격형 선수 유리
▽“비행기 타지 못합니다”=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당황스러운 소식을 접했다. 대회를 위해 비행기로 공수될 예정이었던 탁구공이 항공사로부터 탑재 거부를 당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선박으로 수송돼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허비됐다. 셀룰로이드 재질로 된 탁구공은 화재 위험이 매우 높아 항공기 반입을 거부당했다.
올림픽 뒤 IOC는 국제탁구연맹(ITTF)에 탁구공의 재질을 바꾸라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올림픽 종목으로 살아남기 위해 ITTF는 2010년 셀룰로이드 재질 대신 일반 플라스틱 공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부터 시험 기간을 거쳐 플라스틱 공은 2015년부터 올림픽 등 모든 국제대회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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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공을 접한 선수들과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회전력이 감소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의 속도도 조금 느려졌다. 무게는 같지만 같은 속도로 공을 날리기 위해서는 타구 때 힘을 더 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리도 다소 둔탁해졌다는 말이 들린다. 가격도 2배 정도 오르고 잘 깨지는 바람에 팀마다 비상이 걸렸다.
▽플라스틱 공 적응 관건=일단 국내 탁구계는 플라스틱 공 적응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 아시아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은 한 달 정도 플라스틱 공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커트를 주무기로 하는 수비 전형 선수가 불리해졌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주세혁(삼성생명)은 “확실히 커트를 했을 때 회전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예전에 50의 힘을 주어 회전을 걸었다면 바뀐 공은 두 배인 100의 힘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효원(한국마사회)도 “기존 공에 비해 회전력과 반발력이 떨어진다. 공의 변화도 많지 않고 속도도 많이 느려졌다”고 전했다.
반면 힘이 강한 선수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포핸드 드라이브가 강점인 김동현(에쓰오일)은 “공의 회전량이 없다 보니 공격 때 기회가 더 생기고 랠리에서도 힘이 강한 선수가 유리하다”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