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영화팀 선정 ‘우리끼리 어워드’ 오마이캡틴賞, 혹성탈출 유인원 ‘시저’ 리더십 압권 백팔가면賞, 이경영 장르 구분없이 ‘닥치고 출연’ 베스트 드레서, ‘님아…’ 노부부 커플한복 입고 눈싸움
올해 스크린은 뜨거웠다. 연초 ‘변호인’과 ‘겨울왕국’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여름엔 ‘명량’이 1700만 이상을 동원해 세월호 사고 이후 이어진 극장가 침체를 깨고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약 220편의 한국영화가 개봉했으며, 총 1000편 이상의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지난해보다 한국영화는 40편 가까이, 전체적으로는 100∼200편 많은 수치다.
본보 영화담당 기자 둘이 ‘우리끼리 어워드’를 통해 뜨거웠던 올 한 해 영화계를 정리했다. 여느 시상식처럼 작품성이나 연기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하는 대신 가장 주관적인 잣대로 깨알같이 빛났던 캐릭터와 심쿵(심장이 쿵) 장면을 선정했다.
광고 로드중
△천상 서울사람 상=사투리와 외국어가 스크린에서도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지만, 어설픈 발음으로 ‘서울사람’ 정체성을 강조하는 배우도 있다. ‘타짜-신의 손’ 최승현(탑)은 시골 청년보단 유학 다녀온 서울사람 같았다. 반대로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나오는 ‘우는 남자’ 장동건은 자꾸 영어 욕을 해대도 숨길 수 없는 서울사람이었다. 그래도 수상자는 ‘군도: 민란의 시대’의 강동원이다. 전라도 양반임에도 ‘포준어(?) 따라하는 경상도 입양아’로 헷갈리게 할 만큼 ‘서울 사랑’이 컸다.
△베스트 과외수업=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한국인의 교육열은 영화 흥행의 변수다. 사극 ‘명량’ ‘역린’은 한국사 학습용, ‘겨울왕국’은 영어 교재로 활용됐다. 이 중 베스트는 ‘인터스텔라’.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자문에 응한 영화는 영미권에선 흥행이 저조했지만 국내에서는 재관람 열풍이 불며 1000만 고지를 앞두고 있다.
△‘민증 까봐’ 상=세월에 도전하는 배우가 많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 송혜교야 여고생이라 해도 그러려니. ‘수상한 그녀’ 심은경은 그 안에 나문희 있다고 치자. ‘나의 독재자’ 설경구와 ‘국제시장’ 오달수의 20대 ‘회춘’은 좀 그랬다. 그러나 정말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할 대상은 ‘군도’ 돌무치(하정우). 36세의 몸으로 ‘뻔뻔스레’ 열여덟 청소년 행세를 해 가산점을 받았다.
광고 로드중
△맛있는 ‘병맛’ 상=‘병맛’(B급 취향)은 이제 비주류가 아니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처럼 할리우드도 병맛을 좋아한다. 단연 빛났던 병맛은 ‘족구왕’이다. 웃음뿐 아니라 울림도 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 다 족구하자.
△끝내주는 한마디=영화는 말을 남긴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명량’) “국가란 국민입니다”(‘변호인’) “렛잇고∼”(‘겨울왕국’)처럼 국민 유행어도 있지만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한공주’)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값 아니고”(‘카트’)처럼 가슴을 먹먹하게 한 대사도 있었다. 하지만 수상의 영예는 ‘해적’ 속 유해진의 애드리브에 돌아갔다. “음파∼ 음파∼!” 기억하자, “음파음파 하면 살고 파음파음 하면 죽는다.”
구가인 comedy9@donga.com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