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수도권/단독] 터키의 ‘착한 자판기’ 설치 검토… 악취-질병 퍼뜨릴 우려

입력 | 2014-12-16 03:00:00

빈 페트병 넣으면 버려진 동물용 사료 지급
서울시, 터키 사회공헌 벤치마킹… 2015년 공원등서 시범운영 논란



터키의 착한 자판기 ‘푸게돈’에서 개가 사료를 먹고 있다. 빈 페트병을 넣으면 유기동물을 위한 사료가 나오는 이 자판기는 환경과 동물을 생각하는 ‘착한 자판기’로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푸게돈 페이스북 캡처


터키의 착한 자판기

버려진 동물을 걱정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착한 자판기’가 있다. 올여름 터키 이스탄불을 시작으로 터키 곳곳에 설치되고 있는 ‘푸게돈(Pugedon)’ 자판기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알려지며 화제가 된 것이다.

이 자판기는 쓰레기 재활용과 유기동물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다. 이용법은 간단하다. 행인이 먹다 남은 생수 페트병의 물을 자판기 구멍에 따르고 난 뒤 남은 빈 병까지 자판기 투입구에 밀어 넣는다. 이렇게 하면 아래 배출구로 개와 고양이의 사료, 그리고 물이 나온다. 빈 페트병 재활용에 동참하면 유기동물이 먹을 물과 사료가 공짜로 생기는 셈이다.

이 자판기는 1982년 설립된 터키의 보일러 제조업체 위제산(Y¨ucesan)이 펼치는 사회공헌사업의 일원으로 만들어졌다. 4월 특허를 낸 이 자판기는 터키의 70개 지역에 설치될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자판기는 태양광발전으로 구동하는 데다 수집한 페트병의 재활용 수익으로 사료비를 충당해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다. 주변에 자판기가 있으면 허기진 유기동물을 만났을 때 편의점으로 뛰어가 소시지나 참치 캔을 살 필요 없이 빈 페트병만 준비하면 된다.

서울시가 내년 시범사업으로 이 자판기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유기동물 지원사업인 강동구의 길고양이 급식소 사업에 이어 ‘먹이 주는 자판기’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현재 공원 및 유기동물 보호소 인근 1, 2곳에 자판기 설치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자판기를 설치하면 유기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45.9% 수준인 폐자원 재활용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쓰레기 매립지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시는 2030년까지 재활용률을 66%까지 높일 계획이다.

유기동물 문제는 급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의 어두운 단면이다. 다행히 서울의 유기동물은 2010년 1만8624마리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1만1395마리까지 줄었다. 전체 유기동물 가운데 개(68%)와 고양이(28%)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토끼, 햄스터, 이구아나, 조류 등이다.

그러나 유기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동물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개체수를 늘리는 일이라며 반대하기도 한다. 터키 이스탄불에만 약 15만 마리의 집 잃은 개와 고양이가 있는데, 많은 사람이 초반엔 자판기 등장을 반겼다. 하지만 자판기 주변에 동물의 분변과 사료 찌꺼기가 쌓여 악취와 오염이 발생하고, 질병 감염 우려도 커지자 자판기를 철거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해당 자판기를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시민과 전문가 등 여러 의견을 수렴해 세부 추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