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캐스팅’ 연말 3대 뮤지컬 비교 관람해보니…
올해 말 뮤지컬계에선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갓 건너온 ‘킹키부츠’, ‘원스’와 10년의 명성이 쌓인 ‘지킬앤하이드’(위쪽 사진부터)가 치열한 3파전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짜릿하고 강렬한 것을 좋아한다면 ‘킹키부츠’를, 잔잔한 감동을 원한다면 ‘원스’를,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력을 느끼고 싶다면 ‘지킬앤하이드’를 보시라. CJ E&M·신시컴퍼니·오디뮤지컬 제공
○ 화려한 쇼 뮤지컬 ‘킹키부츠’
2013년 토니상 6개 부문 수상작인 뮤지컬 킹키부츠는 작정하고 제대로 만든 한편의 ‘쇼 뮤지컬’이다. 드랙퀸(여장남자) 롤라와 6인의 엔젤이 선보이는 화려한 의상은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왕년의 팝스타 신디 로퍼가 만든 음악이 귀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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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석과 강홍석이 롤라 역을 맡았다. 두 배우가 만들어낸 롤라는 확실히 달랐다. 오만석이 여성스럽고 예쁜 롤라를 만들어낸다면, 강홍석의 롤라는 강렬하고 카리스마가 넘친다. 특히 강홍석은 빌리 포터의 롤라와 싱크로율 90%에 가까울 정도로 소울풍의 노래와 연기에서 원작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실제 해외 오리지널 제작진이 오디션에서 강홍석의 노래와 연기를 보고 인지도와 상관없이 단박에 롤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군 복무 후 복귀작으로 킹키부츠의 ‘찰리’역을 택한 김무열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롤라에 묻혀 찰리가 잘 보이지 않았던 원작과 달리 김무열은 찰리의 비중을 더 살려냈다. 단, 일부 고음 파트에서 시쳇말로 ‘삑사리(음이탈)’를 연발하는 그의 가창력은 다소 아쉽다. 내년 2월 22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 5만∼14만 원. 02-749-9037
‘원스’는 아날로그 카메라로 찍어낸 흑백사진을 보는 듯한 서정적인 느낌을 풍긴다. 여느 뮤지컬과 달리 화려한 무대 세트 전환이나 군무, 오케스트라 연주 팀도 없다. 오롯이 배우 12명이 극을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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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노래에 대한 꿈과 열정을 잃어버린 가이(guy)와 체코 출신의 이민자 걸(girl)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며 꿈을 키워가는 내용을 담았다. 가이 역엔 윤도현과 이창희, 걸 역엔 전미도와 박지연이 캐스팅돼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원스의 또 다른 포인트는 마치 외국인이 한국말을 하는 어눌한 말투로 대사를 치는 걸의 특이한 말투다. 특히 전미도가 이를 맛깔스럽게 잘 살린다. 배우이기 이전에 진짜 뮤지션의 삶을 살고 있는 윤도현 또한 가이 역을 자연스럽게 살려냈다. 내년 3월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6만∼12만 원. 02-577-1987
○ 웰메이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04년 초연 이후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10년의 세월 동안 잘 다듬어졌다는 느낌이 물씬 느껴질 정도로 버릴 장면이 거의 없다. 초연 멤버인 조승우 류정한 소냐가 이번 공연에도 합류해 저력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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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