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1∼4호선과 5∼8호선을 각각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를 2016년까지 통합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두 공기업의 누적 부채가 4조6400억 원이나 된다며 “통합을 통한 경영혁신으로 낭비와 비효율을 줄이고 만성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원순 서울시장이 “통합으로 인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강조하는 등 부채 절감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나 인력 감축 구상은 제시하지 못했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이 운영을 시작하기 전인 1995년 서울시가 지하철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시철도공사를 발족시킨 건 노사 분규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거대 노조가 파업이라도 벌이면 1호선부터 8호선까지 한꺼번에 멈춰 서울 시민의 발이 묶일 수밖에 없다. 조직이 방대해져 효율적 관리가 어려울뿐더러 경쟁 없는 독점체제로는 서비스도 나아질 수 없다고 봤다.
실제로 서울지하철노조는 1987년 결성 이후 공공 분야의 대표적 강성 노조답게 해마다 노사 분규와 파업을 되풀이했다. 철도노조 파업 때는 동맹파업을 위협해 시민들이 지하철까지 끊길까 봐 불안해했다. 작년에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에 반대하며 파업을 예고해 ‘손실금 50% 보전’이란 과실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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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메트로는 적자 1295억 원, 도시철도공사는 2877억 원을 기록했다. 부실 덩어리인 두 공사를 통합하면서 구조조정을 안 하겠다는 것은 적자 경영으로 인한 부채를 국민에게 떠넘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민들에게는 실익을 주지도 않으면서 빚더미 공기업의 덩치를 키워 강성 노조에 날개만 달아주는 꼴이 되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