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경북도청이 ‘탈(脫)대구’를 하는 내년은 대구시와 경북도에 수백 년 만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1601년 대구에 경상감영(경상도 관찰사가 근무하는 관청)이 설치된 후 400년 넘게 ‘대구 경북’을 묶었던 울타리가 사라진다.
대구가 1981년 대구직할시로 분리되기 전까지 대구는 ‘경북 대구시’였다. 대구가 광역시가 된 1995년 이후에는 ‘대구 경북’이라는 통합 명칭이 비공식적으로 오랫동안 사용됐다. 경북의 본부인 경북도청이 대구시내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광고 로드중
그런데도 대구시는 도청 이전이 불러올 근본적인 변화에 둔감한 것 같다. 대구시는 도청 이전 터 개발을 고민하고 있지만 도청 이전은 그런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대구시는 ‘한뿌리’를 강조하며 경북도와 상생협력을 강조하지만 이는 경북도청이 대구에 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다. 경북도는 도청 이전에 맞춰 세종시와 충청, 강원권과 협력체제를 구상하고 있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황금허리 경제벨트’ 정책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구시로는 도청 이전이 대구의 자생력을 키워 홀로서기를 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도록 총력을 모으는 고민이 절실하다. 대구에 아직도 남아 있는 경상감영 시절의 뿌리 깊은 중심주의부터 걷어낼 필요가 있다. 대구시가 ‘영남의 맹주(우두머리)’나 ‘영남의 수도’, ‘영남의 중심도시’가 돼야 한다는 우월적 분위기가 그것이다. 이는 비전이 아니라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광역지자체의 냉소를 낳을 수 있는 허세이다.
대구시가 10년 동안 상수도 취수원을 구미로 옮기려고 하지만 뜻대로 안되는 배경에도 대구의 이런 비현실적인 중심주의가 한몫한다. 구미는 대구보다 인구는 적지만 경제력은 크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구미를 대구의 작은 위성도시처럼 여기며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하니 반발에 부닥쳐 협의조차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이다.
경북도에는 ‘대구 경북’이라는 통합적 명칭도 유쾌하지 않다는 분위기가 있다. 따지고 보면 경북이 큰집인데 늘 대구 뒤에 경북이 붙는 현실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도청 이전은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들을 빠르게 정리할 것이다. 400년 만에 생기는 대구의 큰 위기적 변화에 권영진 대구시장부터 새로운 리더십을 창조하고 발휘해야 하겠다. 대구가 홀로 서야 한다는 냉엄한 현실부터 바로 보는 것도 권 시장이 강조하는 변화와 혁신을 통한 창조 대구의 중요한 단서이다.
광고 로드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