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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글로벌 북 카페]경제성장률 한계 부닥친 시진핑 체제… “과거가 비정상이고 현재가 정상” 최면

입력 | 2014-12-06 03:00:00

23명의 中경제학자가 쓴 ‘신창타이가 중국을 바꾼다’




‘신창타이(新常態).’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일컫는 ‘뉴 노멀(New Normal)’의 중국식 표현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5월 “중국 경제가 중요한 도전에 직면했다. 신창타이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현재의 중국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신간 ‘신창타이가 중국을 바꾼다(新常態改變中國·사진)’는 23명의 관변 경제학자가 32편의 논문을 통해 신창타이의 특징과 정책 방향을 종합적으로 서술했다. 관변이라고 하면 정책 의지가 강하게 배어 있을 것 같아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아직 관이 지배하고 있다.

중국이 신창타이를 강조하는 것은 강요된 현실 때문이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연 10%가량 지속된 중국 경제의 성장세는 2012년 이후 2년 연속 7%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불황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극복할 대안이 마땅치 않다. 중국은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을 풀었다가 과잉 생산과 부동산 거품으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 당국이 “인위적 부양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면에는 “내놓을 만한 카드가 없다”는 뜻이 숨어 있다.

중국의 성장률은 공산당의 독재를 정당화하는 수단이었다. 혁명이나 건국 과정에 참여하지 않아 정치적 정당성이 부족한 장쩌민(江澤民) 이후의 지도자가 성장률에 집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로 뽑히진 않았지만 유능한 권력’이라는 것이다.

성장률이 한계에 부딪친 상황에서 바통을 넘겨받은 시진핑 체제는 사고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에게 과거가 비정상이고 현재가 정상이라는 최면을 거는 것. 이참에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을 해보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다. 여기서 나온 개념이 신창타이다.

후수리(胡舒立) 중산(中山)대 교수는 “(후진타오 집권기인) 2003년 이후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고정자산 투자를 늘리고 통화 공급을 확대했다. 이 때문에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비정상이었다”고 진단한다.

다음 과제는 ‘어떻게’이다. 경제라는 밥그릇을 깨지 않으면서 성장률 하락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하다. 우징롄(吳敬璉) 국무원 발전연구중심 연구원은 “(자원 배분의 최적화를 위해) 실효성 없는 투자를 중단하려면 ‘강시 기업(도산 직전 기업)’에 대한 수혈을 멈추고, 나랏돈으로 정부의 부채를 갚아 버려 시스템적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실한 민간 기업은 퇴출시키되 부실한 지방 정부는 재정 투입으로 건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고 원론적인 대안이다. 하지만 많은 나라가 위기 극복 과정에서 이런 원칙을 지켜내지 못했다. 전환기의 고통 때문이다. 시 주석이 신창타이를 처음 언급하면서 “전략적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저우치런(周其仁) 베이징(北京)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는 “연 14% 성장에 길들여진 국민이 7%대 성장 시대를 맞게 되면 공황 상태에 빠져 즉각적인 부양책을 요구한다”며 “정부가 이런 요구를 어떻게 통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