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의 지구생활 안내서/크리스 해드필드 지음/노태복 옮김/336쪽·1만4500원·더퀘스트 4000시간 우주 체류한 캐나다인… “인생이란, 경기가 아니라 여정”
무중력인 우주선에서 기타를 칠 때는 지상에서처럼 세게 칠 필요가 없다. 저자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데이비드 보위의 1969년 작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를 부르는 영상은 유튜브에 공개된 뒤 조회수가 무려 2300만 건에 달했다. 더퀘스트 제공
캐나다 출신의 우주비행사인 저자는 20여 년간 훈련을 거쳐 4000여 시간에 이르는 우주 체류 기록을 남겼다. 이 책에는 1969년 7월 20일 아폴로호의 달 착륙을 보고 우주 비행의 꿈을 품었던 아홉 살 소년이 자신의 꿈을 차근차근 이뤄나가는 과정이 들어 있다. 그의 우주 비행 경력의 정점은 2012년 12월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해 146일간, 지구 궤도를 2336번 돌고, 총 1억 km를 비행하면서 사령관까지 맡게 된 것.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등이 참여해 만든 국제우주정거장은 무게 450t, 넓이가 축구장 크기만 하며 1년 365일 우주비행사가 생활하고 있다.
저자는 우주 탐사의 장면을 박진감 있게 묘사하면서 생명에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우주에서의 삶을 통해 거꾸로 지구에서의 삶의 지혜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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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역시 우주 유영 당시 갑자기 눈이 따가워지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상황을 겪었다. 우주 공간에선 시각 외에는 의지할 게 없는데, 눈이 먼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된 것. 위험을 무릅쓰고 헬멧에 있는 산소를 빼내는 응급조치 끝에 겨우 시력을 회복했고 작업을 마쳤다. 나중에 알고 보니 헬멧 앞 유리창 안쪽에 사용하는 김 서림 방지제를 완벽하게 닦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수백만 달러짜리 장비도 수건으로 유리창을 몇 번 더 닦지 않은 사소한 실수 때문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강조한다. ‘사소한 일에 진땀을 빼야 한다. 우주비행사란 직업도 사소한 일의 모음이다.’
그는 어릴 적 꿈을 실현한, 성공한 인생을 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는 흔한 처세술 책이 설파하는 ‘성공=자존감’이 사람들을 행복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얘기한다. 그 스스로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에 나의 자존감을 걸지 않았고” “우주 비행에 참가하는 것에 행복이나 직업적 정체성을 걸지 않았다”고 한다. 인생의 최종 목표는 몇 번이고 바뀔 수 있고 목표에 이르든 이르지 못하든 행복할 수 있는 일을 하는 데 집중한다면 그 사이 최종 목표가 바뀌어도 행복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의 원천을 이렇게 설명한다.
“제로형 인간이 되라. 눈에 띄는 플러스형 인간이 되려고 하기보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배우는 사람이 되라. 제로형은 문젯거리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괜한 고생을 시키지 않을 만큼의 유능한 인간이다. 이건 달성하기 비교적 쉬운 목표이고 플러스형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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