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엔지니어 구인 나서 게임-교육-의료 등 다방면에 활용… ICT 기업 차세대 먹거리 떠올라
애플은 가상현실 관련 시스템용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개발자를 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현실 기기는 컴퓨터로 만든 가상의 3차원(3D) 공간에 직접 들어가 마치 현실처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게임산업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교육 과학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초 페이스북은 ‘오큘러스VR’를 2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이 모바일 시대에선 후발 주자로 머물렀지만 가상현실 시대엔 플랫폼 선구자로 시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다음 달 ‘기어VR’를 출시할 예정이며 구글도 최근 가상현실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에 5000억 원 규모를 투자했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 등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 공룡이 달려와 움찔… 낭떠러지서 저절로 비명 ▼
23일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에 참가한 관람객이 아시아에 한 대뿐인 오큘러스VR의 가상현실 기기 ‘크레센트 베이’를 체험해보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가상현실 기기를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다. 오큘러스VR 제공
헤드셋을 쓰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나타났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전쟁터일 수도 있고, 영화 ‘쥬라기공원’처럼 공룡과 매머드 같은 멸종동물이 뛰어다니는 숲 속일 수도 있습니다. 머리로 ‘진짜가 아닌 가상현실’이라고 되뇌어 봐도 소용없습니다. 진짜 같은 현실감에 속아 금방 잊게 됩니다. 제 눈과 귀는 완전히 속았습니다.
잘 만들어진 공상과학(SF) 영화에 들어간 느낌입니다. 놀라운 점은 영상의 변화가 철저히 제 움직임을 따라 변한다는 것입니다. 초당 90프레임을 지원해 고개를 흔들거나 제자리에서 높이 뛰어 봐도 사물의 잔상이 남지 않습니다. 적외선 카메라가 제 움직임을 감지해 어떤 시각에서도 자연스러운 영상을 보여줍니다. 멋진 스포츠카를 앞에 두고 한 바퀴를 돌며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입체 사운드에 귀도 완전히 속았습니다. 교통체증 탓에 자동차 경적 소리가 가득 찬 도로 주변을 걷던 도중 불이 난 건물을 발견해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화염에 휩싸인 사물들의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저 멀리서 구조헬기가 나타나 제 머리 위로 지나가는 소리도 실제와 똑같습니다. 전쟁터에서는 제 주변으로 빗발치는 총알 소리가 들렸습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연애를 책으로 배울 수 없는 것처럼 가상현실 기기는 직접 경험해 봐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애플 페이스북 삼성 구글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가상현실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를 기자도 경험해 보고야 깨달았습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