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문화재 복원 현장 <下> 피렌체 문화유산보존연구소
《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의 문화재 복원을 담당하고 있는 피렌체 문화유산보존진흥연구소(ICVBC). 실험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각종 첨단 실험장비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주사전자현미경(ESEM)을 한참 들여다보고 있던 스쿠디에리 씨(21)는 자신1을 인근 의과대 학생이라고 소개했다. 의대 학생이 문화재 복원 연구소에는 왜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이곳은 의학뿐만 아니라 지질학, 물리학, 화학, 생물학 분야의 과학자들이 함께 연구한다”고 말했다. 》
10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피렌체에 있는 문화유산보존진흥연구소(ICVBC)에서 수산나 브라치 연구원이 문화재 복원을 위한 각종 실험장비를 설명하고 있다. 이곳은 전국 108개 이공계 연구소와 긴밀하게 협업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피렌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최근 ICVBC의 문화재 관리 화두는 정보기술(IT)이다. 특히 문화재 보수나 복원은 현장에서 진행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다른 연구기관과 손잡고 IT를 활용한 모바일 기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예컨대 소량의 샘플을 채취해 즉석에서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X선 구조분석기’ 등을 들고 문화재 복원 현장으로 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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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VBC 내 미생물실험실에서 대리석 위에 물을 뿌리고 이끼 등 미생물의 번식 정도를 측정하고 있다.
IT에 특화된 외부 연구기관과의 협업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성당’의 14세기 치마부에 벽화의 경우 피사대가 3차원(3D) 복원을 시도하고 있다. 1997년 대지진으로 부서진 치마부에의 벽화 조각 5만 개를 일일이 3D 카메라로 찍은 뒤 특수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원래의 모양을 맞추는 작업이다.
전통 방식으로 복원하기 어려울 때에는 과감하게 신재료를 개발한다. 최근 노르웨이 오슬로대와 ICVBC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바이킹 선박 보존 프로젝트에서는 배 표면에 바르는 도료를 3년간 개발했다. ICVBC 연구진이 현장에 수년간 머물며 새로 개발한 도료의 착색 상태를 면밀히 점검했다.
꾸준히 실험데이터를 수집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ICVBC 내 미생물실험실에서는 여러 개의 대리석 위에 물을 뿌리고 시간 흐름에 따라 이끼 등 미생물이 얼마나 번식하는지를 두 달째 실험하고 있었다. 특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 얻은 2개월간의 실험데이터를 분석하면 실제 문화재 현장에서 2년간의 환경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수산나 브라치 연구원은 “건축 문화재에 들어가는 모르타르의 부식 정도를 측정하면 복원 시 어떤 재료를 써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렌체=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