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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하정민]장그래와 곽진언의 공통점

입력 | 2014-11-25 03:00:00


하정민 국제부 기자

“실제 지구는 둥글고 아래위도 없는데 우리는 북반구만 강조한 평면 세계지도에 익숙하잖아요. 하지만 지도의 아래위를 바꾸면 호주가 세계의 중심처럼 보여요. 사업 보고서도 이처럼 다른 시각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드라마 ‘미생’ 주인공 장그래의 대사)

“학교에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했어요. 어머니가 가사 쓰는 것을 도와주셨고요. 어머니가 살아오시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을 텐데 그 잃은 것에 대한 노래 ‘후회’를 만들었어요.”(슈퍼스타K 6 우승자 곽진언이 첫 출연 때 한 말)

최근 큰 화제를 모은 두 남자 장그래와 곽진언. 스펙과 자격증만 따지는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별 볼일 없는 20대다. 장그래는 평생 바둑만 뒀지만 프로 입단에 실패했고 가진 거라곤 검정고시 고졸 학력과 가난한 홀어머니가 전부다. 정식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곽진언도 마찬가지. 스스로 고음 불가라고 선언했듯 노래를 빼어나게 잘하는 것도, 젊은 취향의 댄스 음악을 하는 것도 아니다. 도무지 가수로 데뷔하기 어려워 보이는 조건이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명문대 졸업자가 대부분인 대기업, 폭발적 성량과 아이돌 뺨치는 외모를 갖춘 지원자가 넘쳐나는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당당히 두각을 나타냈다. 비결이 뭘까. 바로 두 사람 모두 ‘최고(best)’보다 ‘유일무이(unique)’를 추구했다는 점이다.

오랫동안 바둑을 두며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눈을 키운 장그래. 동료들이 보기 좋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만 치중할 때 뛰어난 관찰력과 한 수 앞을 내다보는 혜안으로 상사의 대형 비리를 적발해내고 회사의 핵심 인재로 부상한다.

경쟁자들이 기성 가수 뺨치는 화려한 무대를 꾸미고 고음으로만 경쟁할 때 곽진언은 오롯이 자신의 중저음 목소리와 통기타로만 승부해 150만 명 대 1의 경쟁을 뚫었다. ‘후회’의 노랫말 ‘사랑하고 사랑받았던/그 시절은 지나갔지만/아마도 후회라는 건/아름다운 미련이어라’를 읽노라면 고작 스물셋 청년이 쓴 가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두 사람의 사례가 스펙 지상주의 사회에 얼마나 울림을 줄지는 모르겠다. 현실에서는 여전히 모두가 SKY대, 학점 4.0과 토익 950점 이상, 영어연수와 대기업 인턴 경험이라는 빵틀에 찍어낸 인재가 되기 위해 발버둥친다. 근로자 1년 연봉에 해당하는 3000만 원짜리 족집게 과외도 등장했고 헬리콥터 맘, 캥거루 맘에 이어 자녀가 저지른 각종 사고까지 일일이 뒷수습을 해주는 ‘제설차 부모’라는 말도 생겨났다.

이런 노력으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 종사자가 돼도 밥벌이조차 쉽지 않은 세상이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다른 시도를 해보려는 노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규칙, 사례, 불변의 진리가 지배하는 게 바둑이라면 바둑이 결코 지금까지 전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남들과 다른 수를 둘 줄 알아야 한다.” 장그래의 스승이 남긴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돈다.

하정민 국제부 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