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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단칸방서 다시 꿈을 꿉니다, 극단의 선택… 눈 떠보니 남은건 병원비 청구서뿐

입력 | 2014-11-20 03:00:00

복지사각 위기의 가정에 ‘희망의 손길을’ <3> 홀몸노인 김영근씨의 ‘새길 찾기’




18일 서울 도봉구 한 고시원 단칸방에서 김영근 씨가 물을 마시고 있다. 올 6월 생활고에 허덕이다 자살을 시도했던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도움으로 5㎡ 남짓한 넓이의 고시원 방을 구했다. 그러나 이달로 각종 복지시설의 지원이 끝나 당장 다음 달부터 방값을 내기 어려운 처지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소주 한 병에 제초제를 섞어 그대로 삼켰다. 유일하게 남은 재산인 갤로퍼 차량 운전석에 앉아 삶의 마지막을 기다렸다. 30, 40분이 지나자 심한 구토가 났다. 행인의 신고로 경기 고양시의 한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위세척에 화장실을 오가며 사흘을 병원에서 보낸 뒤 그에게는 69만 원이 적힌 치료비 청구서가 전달됐다. “돈 없어서 죽으려던 사람 살려놓고는 돈 내라 하느냐”고 병원 관계자에게 하소연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 생활고에 극단적인 선택

18일 서울 도봉구의 한 고시원 단칸방에서 만난 김영근 씨(66)는 올해 6월 8일, 경기 양주시의 한 다리 밑에서 자살을 시도하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후 김 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위기가정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현재 5m² 남짓한 고시원 단칸방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노령연금(월 20만 원)과 이달부터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비(월 13만 원)가 현재 그를 지탱해주는 수단이다.

그도 한때는 단란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건설 노무직, 택시기사 등을 하며 아들 하나, 딸 둘을 길러냈다. 2004년에는 사업을 하는 큰아들을 도우러 미국 조지아 주로 건너갔다. 그러나 가족과의 불화가 이어지면서 2007년 결국 혼자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김 씨는 “큰딸의 접수로 귀국하자마자 정신병원에 4개월간 입원해 있었다. 혼자서도 잘 지낼 거라는 자신감이 이때 많이 꺾였다”고 했다.

퇴원 이후, 김 씨는 지인을 통해 경기 안산시의 한 절에서 살았다. 사찰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 머리도 밀고 관도(觀道)라는 법명도 정했다. 길을 찾겠다는 의미였지만 막상 본인의 먹고살 길조차 찾기 어려웠다. 눈칫밥을 견디다 못해 이곳저곳 절을 옮겨 다녔다. 떠돌이 생활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 사이 그는 중풍을 앓았고 치아는 오른쪽 아래 소구치(송곳니 바로 뒤편의 치아) 하나만이 남았다. 이후 한 달여를 차에서만 지낼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김 씨는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

○ 다음 달 방값부터 걱정


지원사업의 도움으로 삶의 의지를 되찾았지만 김 씨에겐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현재 받고 있는 지역 복지관의 금전적인 지원도 이달로 기간이 끝나 당장 다음 달부터 방값을 내기가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주지가 명확해지자 그동안 내지 못한 세금 고지서도 줄줄이 들어왔다. ‘60대면 아직 젊다’는 생각에 주유소 아르바이트, 전단 돌리기 아르바이트 등에 지원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중풍을 앓아 왼쪽 거동이 불편한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한 달에 20만 원을 받는 복지회관 청소 아르바이트도 내년 4월이나 돼야 순번이 돌아온다고 했다. 구청에서 지원하는 노인의 집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임대주택을 구해 나가기로 한 사람이 사정이 생기면서 여의치 않게 됐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최근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위해 구청에 갔다가 큰딸이 미국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김 씨는 “하지 말아야 할 나쁜 생각을 한 적도 많다”며 “내가 (자식) 교육을 잘못한 걸 누굴 나무랄 수 있겠느냐”는 말을 되풀이했다. ‘가족이 원망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김 씨는 “점심식사를 하려면 오전 11시 30분까지 복지관에 가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기가정 지원사업 신청 문의는 중앙위기가정지원 콜센터(1899-7472)로, 후원 문의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콜센터(080-890-1212)로 하면 된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