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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강원도 어린이집 “예산 지원 끊겨 문닫을 판”

입력 | 2014-11-19 03:00:00

비대위 꾸려 기자회견 “무상보육료 706억 편성 안돼… 원생들 유치원으로 대거 이동”




강원도 어린이집연합회 관계자들이 18일 강원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어린이집 보육료를 내년 예산에 반영하지 않은 도교육청의 처사를 비난하고 예산 반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도 어린이집연합회 ‘2015 누리보육료 예산 지원 중단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오후 강원도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도교육청이 내년 예산에서 어린이집 보육료 706억 원을 편성하지 않은 데 따른 것.

비대위는 이날 성명서에서 “누리과정에 대한 무상보육은 법으로 규정된 사항인데도 강원도교육청은 어린이집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도내 어린이집 영유아 4만5000여 명의 무상보육은 공중분해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어 “어린이집 원아들이 유치원과 동일하게 양질의 보육·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우선 편성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와 적극 협의하라”고 덧붙였다.

도내 어린이집들이 이처럼 반발하는 것은 보육료 지원 중단으로 원생 확보가 어려워져 운영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올해 어린이집 보육료를 지원받은 학부모들은 내년부터는 지원이 끊겨 월 29만 원 정도의 보육료를 부담해야 할 판이다. 자녀가 2명인 가정은 부담이 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반면 도교육청이 유치원 교육비 415억 원은 내년 예산에 반영해 유치원은 올해와 같이 지원을 받는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이 어린이집을 기피하고 유치원으로 몰리고 있다.

실제로 예년 같으면 어린이집 원생 선발이 거의 완료될 때지만 도내 대부분의 어린이집들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춘천시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A 씨(46·여)는 “원아 100명을 모집하는데 예년 같으면 이미 정원을 채웠지만 현재 신청한 원생은 3명뿐”이라며 “어린이집 모두 문을 닫을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춘천의 B 원장(51·여)은 “보육료 지원 문제가 해결 안 돼 내년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설명회 자료도 만들지 못했다”며 “원생이 줄면 교사도 줄여야 해 지역사회에 미치는 여파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유치원들은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일부 유치원은 이미 정원을 채우고 대기자가 100명이 넘을 정도다.

학부모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회사원 박모 씨(39·춘천시 동면)는 “아이가 2년 동안 한 어린이집을 다녀 친구들이나 선생님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데 보육료 지원이 끊겼다고 해서 유치원으로 옮길 수도 없고 무척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누리과정 재원을 지방교육재정에 맡긴 상황에서 내년 교육청에 배정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크게 줄이면서 촉발됐다. 전국의 시도교육청들이 반발했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거나 일부만 편성했다. 내년 교부금이 1000억 원 넘게 감소하는 강원도교육청을 비롯해 경기, 전북 등 3곳은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았다.

어린이집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원도교육청의 입장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17일 기자간담회에서 “다른 시도교육청들이 2, 3개월치의 어린이집 보육료 예산을 편성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지역에서는 보육대란이 아니라 예산대란이 우려된다. 지도 감독권도 없는 시도교육청에 돈만 대라는 것은 부당하다. 국고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당초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편 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일 충남 보령에서 누리과정 예산 관련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