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별세한 배우 김자옥 씨의 영정 사진. 평소 보여준 생기 넘치는 환한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이다. 사진공동취재단
‘외로운 공주’와 ‘꽃누나’로 세대를 아우르는 사랑을 받은 배우 김자옥 씨가 16일 오전 폐암 합병증으로 별세했다. 향년 63세. 고인은 6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았고, 최근 암세포가 폐로 전이돼 항암 치료를 해왔다. 소속사 소울재커는 “14일 저녁 병세가 악화돼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끝내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빈소에는 하얀 국화꽃 대신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색색의 장미꽃이 헌화용으로 놓였다. 배우 나문희, 박근형, 배종옥, 전도연, 방송작가 노희경, ‘꽃보다 누나’의 나영석 PD 등 동료와 선후배 방송인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배우 김동현은 “나랑 부부 연기를 가장 많이 했다. 3주 전까지만 해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주현은 “내년 3월 아들 결혼 날짜를 잡았다고 기뻐하더니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고인의 마지막 드라마가 된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고인과 부부로 나온 김용건은 “40년 넘게 봐온 가족 같은 사람이다. 짓궂게 놀려도 늘 웃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했다. 마지막 작품인 올 5월 악극 ‘봄날은 간다’에서 함께 공연한 윤문식은 “아픈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아 갑작스러운 별세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고 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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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한 체구와 가녀린 외모로 1970년대 청순가련형 여배우의 대표주자였던 고 김자옥 씨. 아래쪽 사진은 남편 오승근 씨와 2002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의 모습이다. 동아일보DB
인기 절정이던 1980년 가수 최백호와 결혼했다 3년 뒤 헤어졌다. 이듬해 동갑내기 가수 오승근과 결혼해 원앙부부로 30년간 결혼생활을 이어왔다.
마흔다섯의 나이에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TV코미디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 날’에 출연해 공주병 여고생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고, 같은 해 가수 태진아의 권유로 낸 음반 ‘공주는 외로워’는 60만 장 이상 팔리며 ‘공주병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후 CF를 10여 개나 찍었을 정도였다.
환갑이 넘어도 귀여운 이미지로 배우로서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김병욱 PD는 “‘감독님 오늘 셔츠 멋지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주시곤 했다. 간단한 안부인사도 세심하게 할 만큼 나이가 들어도 감수성이 무뎌지지 않은 분이었다”고 애도했다.
고인은 지난해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암은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병”이라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투병 중에도 최선을 다했다. 고인은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방영된 여행 리얼리티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를 찍으면서 공황장애를 앓은 사실도 고백했다. “여행 간다고 예약했다가 매번 취소하고 그랬다. (이번 여행은) 내가 나를 바꿀 계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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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소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발인은 19일 오전 8시 반, 장지는 경기 분당 메모리얼 파크. 유족은 남편 오 씨와 아들 영환, 딸 지연 씨가 있다. SBS 김태욱 아나운서가 막냇동생이다. 02-2258-5940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