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영화 100년사/종보현 지음/윤영도·이승희 옮김/832쪽·4만8000원·그린비
1971년 개봉한 ‘당산대형’ 촬영 당시 리샤오룽(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감독, 조연들이 찍은 사진. 그린비 제공
193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 영화산업의 중심은 서양의 조계지였던 상하이였다.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을 모방한 제작사가 번성했고 스타 여배우가 등장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937년 중일전쟁 발발로 상하이 영화인들이 홍콩으로 대거 남하했고 영화 제작의 중심 역시 홍콩으로 옮겨왔다.
1950년대 동남아 자본의 유입과 함께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 무술영화의 서사 특성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황비홍’ 시리즈가 큰 성공을 거둬 60여 편이 제작됐다. 하지만 과열경쟁이 붙으면서 ‘칠일선(七日鮮·7일 만에 영화 제작을 완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자본 대량생산이 난무하기도 했다.
1980년대 말 중국 정부의 대만 정책이 변화하면서 ‘패왕별희’ ‘신용문객잔’ ‘동방불패’ 등 대만 자본으로 홍콩 제작진이 중국 현지에서 촬영한 합작영화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만 자금이 대량 유입되면서 배우 개런티가 부풀려지는 등 거품도 끼기 시작했다. 1997년 홍콩 주권 반환과 아시아 금융위기는 이 거품이 꺼지는 결정적 계기였다. 2003년 중국 대륙의 영화 시장이 홍콩에 완전히 개방되면서 점점 더 많은 홍콩 배우와 제작진이 중국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2014년 현재 홍콩은 정치적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홍콩 영화계 역시 이 소용돌이에서 멀리 있지 않다. 홍콩 정치·사회의 변화와 함께 성쇠를 겪어온 홍콩 영화가 또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이 책에 쓰인 과거로부터 미래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