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는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한 담화문을 발표하고 공무원들에게 집단행동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 총리는 “공무원연금과 제도를 이대로 두면 향후 20년 동안 재정 적자가 200조 원에 이르고 2080년까지 국가 재정에서 무려 1278조 원을 보전해야 한다”며 공무원들의 고통 분담을 호소했다.
정 총리가 지난 주말 공무원들의 연금 개정 반대 집회가 개최된 뒤 일주일이 지나서야 담화문을 내놓은 것은 늑장 대처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은 4일 부산에서 열린 정부 주관 연금개혁 포럼에 참석했지만 공무원노조의 방해로 토론회 테이블에 앉지 못했다. 그제 춘천에서 예정된 포럼은 공무원노조의 저지로 무산됐다. 공무원노조가 그제부터 107만 명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금 개혁에 대한 찬반투표를 시작했는데도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는 그동안 손놓고 있었다.
이번 투표는 정부를 상대로 공무원들이 연금 개혁은 안 된다며 ‘세(勢) 과시’에 나선 꼴이다. 법적으로 하자가 없을지 몰라도 이런 복무기강 해이를 방치하는 것은 곤란하다. 공무원연금 개혁처럼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파장이 큰 정책은 정교한 대책을 갖추고 추진해야 한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공무원노조 등에 비해 총리와 장관들은 존재감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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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 자신부터 먼저 공무원연금 수령액을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일선 공무원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장관급으로 퇴직하면 공무원연금으로 한 달에 414만 원을, 차관급은 391만 원을 받는다. 국민연금 최고 수령액 140만 원의 3배가량 된다. 고위직부터 솔선수범해야 하위직의 불만도 줄어든다. 담화문 달랑 한 장 내놓고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안이하다. 멀고도 험한 공무원연금 개혁에 정 총리는 직을 걸고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