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로 전환 늘며 물량 품귀현상
직장인 A 씨(37)는 지난달 경기 안양시 평촌신도시에 전세로 살고 있던 전용 84m² 아파트를 재계약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2년 전 계약 당시 3억2000만 원이던 전세금이 2년 새 3억8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당초 은행 이자가 자꾸 줄어든다며 월세 30만 원을 요구했지만 전세금을 6000만 원 올려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A 씨는 “주변의 다른 곳도 찾아봤지만 전셋집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더라”며 “월세와 대출 이자를 비교한 뒤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올려줬다”고 말했다.
전세금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0월 전국의 전세금 상승폭은 9월보다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감정원의 ‘10월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주택 전세금은 지난달 0.33% 올라 9월(0.31%)에 비해 상승폭이 커졌다. 전국의 전세금은 감정원이 지난해 1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2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에 따라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빠르게 돌리고 있는 데다 그나마 있는 전세의 경우 임대 기간이 끝나더라도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을 해 전세 물건이 품귀 현상을 빚기 때문으로 감정원은 분석했다.
아파트(0.48%)는 연립주택(0.16%)과 단독주택(0.05%)보다 상승폭이 더 컸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9월보다 0.1%포인트 오른 70.1%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0.45%)은 지방(0.22%)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인 가운데 보증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서울 외곽 지역과 중대형 규모의 주택으로까지 전세난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김세기 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신규 입주 물량은 부족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어서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전세금 상승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택 매매가격의 상승세는 주춤해졌다. 10월 한 달 동안 전국적으로 0.24% 오르며 9월과 같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그러나 ‘9·1 부동산대책’ 이후 높아진 호가에 부담을 느낀 매수인들의 관망세가 확산되며 수도권의 상승폭(0.27%)은 9월(0.31%)보다 둔화됐다. 건설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도 74.9로 4개월 만에 하락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