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석유비축기지 문화공간化 현장설계 당선작 설명회
서울 마포석유비축기지 문화공원 재개발 프로젝트의 입면 개념도. 인공적으로 깎인 암반 사이로 노출된 콘크리트 옹벽이 35년 전 의도와 무관하게 드라마틱한 외관을 형성했다. 팀텐건축 제공
최근 서울 종로구 정림건축문화재단에서 열린 프로젝트 현상설계 설명회에서 당선자인 홍찬기 팀텐건축 부사장은 “딱히 한 것 없이 10만1510m²의 부지를 날로 먹었다는 질문도 받아 봤다”며 웃었다. 홍 부사장, 김경도 ROA건축 소장, 허서구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가 공동 설계한 당선안의 골자는 ‘치워내 드러내기’다. 1979년 멀쩡한 매봉산 자락을 발파해 박아 넣은 높이 15m, 지름 15∼38m의 오일탱크 5개. 폭격을 염려해 쌓아 감춘 토사를 걷어내고 14년 전 용도 폐기된 녹슨 강철 탱크를 갈라진 암반 사이로 고스란히 노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안보상 필요에 의해 처참히 파괴된 자연 역시 한 시대의 유물로 직시할 가치를 품고 있다. 비상시 한 달을 버틸 만큼의 석유를 안전하게 보관할 목적만 고려해 조성된 공간이다. 하지만 그 방치된 잔해를 그대로 벗겨 내보인 결과물은 역설적으로 만만찮은 미학적 호소력을 발휘한다.”
두 번째 탱크는 아예 손을 대지 않는다. “지금은 반나절 쓸 분량도 안 되는 131만 배럴의 석유를 그토록 소중히 감춰야 했던 당시의 행위를 긍정하고 기억하는 공간이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네 번째 탱크는 전시시설이다. 탱크 내부에 유리 커튼 월을 돌려 세워 관람행위의 동선을 한 겹 덧댄다. 동쪽 끝 가장 작은 탱크는 내부보다 암반과 옹벽 사이 공간을 활용해 기념관 역할을 하도록 만들 계획이다. 홍 부사장은 “영역 전체를 인공의 흔적이 새겨진 하나의 커다란 암반 덩어리로 간주했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말에 완공해 2017년 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