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먼 포스터의 건축 세계/데얀 서직 지음·곽재은 옮김/408쪽·2만3000원·동녘
2004년 완공돼 런던 스카이라인의 백미가 된 스위스리 사옥. 노먼 포스터가 추구한 주안점은 외형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과 내부의 공간감이었다. 사진 출처 foster+partners 홈페이지
포스터는 사용 가능한 기술을 언제나 최대한 동원하지만 과시하거나 역으로 휘둘리지 않는다. 기술을 철저히 지배해 공간에 감춘다. 1998년 문을 연 홍콩공항이 좋은 예다. 동선(動線)과 형태에 군더더기가 없으면서도 디테일을 뜯어보면 온 구석이 옹골지다. 생각 없이 움직이고 머무르기 더없이 편안할 뿐 아니라 기운 남은 여행객이라면 넉넉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책의 담백한 번역판 제목과 부제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공존’은 그런 까닭에 꽤 적절하다. 깔끔하게 ‘Norman Foster’라고 이름만 내건 영문 원제에는 취재에 대한 글쓴이의 자부심이 배어난다. 2017년 완공 예정인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친환경 인공도시 아랍에미리트 마스다르 공사 현장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곧 포스터의 고향인 맨체스터 작은 마을 레븐슘으로 시선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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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븐슘 구석방에 불러내 앉힌 허약한 스무 살 청년 포스터는 “주간 만화잡지에서 본 공상과학만화가 현대 세계를 바라보는 감각을 키워줬다”고 고백한다. 동네 친구들의 조롱으로부터 도망쳐온 공공도서관에서 처음 만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충격을 돌이킨 일흔아홉 건축가는 “50년 만에 다시 찾은 도서관에 중요한 책이 한 권도 보이지 않는다”며 낙담한다. 빈틈없이 매끈한 거킨의 외벽 안으로 머뭇거리다 슬쩍 들어가 본 기분. 의외로, 따뜻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