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통해 살아야 하는 이유 절실히 느껴요”
20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린 2014 홈리스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와 대한민국 푯말을 들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작가 김상준 씨 제공
칠레 산티아고에서 20일(한국 시간) 개막한 2014 홈리스월드컵에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한 김종영 씨(32)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고교 2학년 때까지 촉망받는 축구 선수였던 그는 척추 손상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부모님과 헤어지면서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잃었다. 그는 이후 스스로를 지탱할 힘조차 없던 낙오자였다. 하지만 홈리스월드컵을 목표로 다시 자활 의지를 다져 당당하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다. 김 씨의 아버지는 갑상샘암 말기로 투병하다 병세가 악화돼 현재 의식이 없다. 그는 “의식이 없는 아버지에게 ‘이제 아버지를 제대로 모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드리고 싶다”며 “살아야 하는 이유를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의 나머지 선수 7명도 김 씨와 같은 마음이다. 박영현 씨(53)는 희망과 기대가 없던 삶에서 얻은 우울증을 축구로 극복하고 있다. 박 씨는 수치심에 형제와도 오래전에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칠레에서 박 씨는 “자격지심이었다”고 후회하면서 다시 가족을 찾겠다는 꿈을 키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사회적 기업인 ‘빅이슈코리아’가 자활센터 등에서 선발전을 통해 발탁했다. 반면 이번 대회에 참가한 다른 팀들에는 보육원이나 소년원 출신, 마약과 관련해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선수까지 대거 참여했다. 그만큼 연령대도 어리고 축구 소질과 기량이 뛰어난 선수가 많았다.
이번 대회를 직접 관전하고 있는 국내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외국 팀을 보면서 홈리스월드컵의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홈리스’를 부끄러운 노숙으로 여기는 인식을 재고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벧엘의 집’ 원용철 담당목사는 “홈리스월드컵을 보면서 빈곤층의 자활은 정부가 그들의 통장에 돈을 얼마나 넣어주느냐 하는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빈곤층 스스로가 앞으로 가난하게 살더라도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갖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산티아고=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