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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vs 노점상’ 동대문 심야대치 열흘째

입력 | 2014-10-17 03:00:00


동대문 쇼핑상가 노점상들이 15일 0시 무렵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담벼락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기동본부를 둘러싼 담벼락 중 경찰과 중구청 직원이 배치돼 있지 않은 지역에는 여전히 노점상들이 영업하고 있었다(오른쪽 사진).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15일 0시 무렵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담벼락.

폭 2m 남짓한 인도에 노점상 약 70명이 접이식 간이책상을 들고 줄지어 섰다. 중구청 공무원 50여 명, 경찰 120여 명은 같은 장소에서 이들을 마주보고 서 있었다. 이들은 공무원과 경찰이 본격적인 단속에 나선 이달 6일부터 매일 오후 10시경부터 오전 2∼3시까지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하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노점상은 공무원이 돌아가는 즉시 노점을 펴려 하고, 공무원은 물러서지 않겠다며 버티는 일종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동본부는 국내 대표적인 야간 쇼핑지인 동대문 상가 지역에 위치해 있다. 담벼락엔 ‘외벽, 도로, 보도상에 불법시설물(거리가게) 설치 및 영업행위를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부착돼 있지만 지금까진 무용지물이었다. 옷, 지갑, 벨트, 가방 등을 파는 노점상들은 도로를 점거하고 불법노점을 해왔고, 보행 불편과 교통 혼잡으로 매일 무질서가 빚어졌다. 보다 못한 중구청은 대대적인 노점 정비에 나섰고, 중부경찰서도 경찰력을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중구청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동대문 지역 노점은 총 869개. 과거에도 노점 단속이 이뤄지긴 했지만 임시방편에 그쳤다. 중구청은 이번엔 대안을 마련해 불법노점을 확실히 정리하기로 했다. 노점상들이 정해진 지역에서만 영업하도록 장소를 정하고, 실명제로 관리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경찰 기동본부 담벼락 인도 일부는 좁고 혼잡한 만큼, ‘절대금지구간’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런 구상으로 일단 기동본부 한쪽 벽부터 노점을 막기 시작했고, 조금씩 정비지역을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노점상들이 “덜 혼잡한 곳으로 장소를 옮기면 손님이 줄어드니 기존 장소에서 노점하게 해 달라”고 반발하면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노점의 주 고객은 오후 10시∼오전 2시에 동대문에서 도매로 옷을 사가는 상인들이다. 대부분 지방에서 오기 때문에 차 시간을 맞추느라 빨리 이동하며 쇼핑한다. 노점상 A 씨는 “바쁜 사람들 상대로 하루 4시간 바짝 영업해야 먹고사는데, 노점 장소를 옮기면 손님이 뚝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대치 초기엔 물리적인 충돌도 있었다. 이달 7일 노점상 4명은 단속에 반발해 중구청 직원의 멱살을 잡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리적인 반발은 없어졌지만, 일부 노점상들은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노점상 B 씨는 “노점 장소를 옮겨서 먹고사는 게 어려워지면 강도짓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구청과 중부경찰서는 이번 ‘노점과의 전쟁’을 두고 매일 직원들을 오후 7시부터 오전 2∼3시까지 이곳에 밤샘 투입하고 있다. 중구청 관계자는 “저항도 많고 시간도 걸리겠지만, 출구전략(덜 혼잡한 장소로 노점들을 이동시키는 것)을 만들어 제대로 정리해 나갈 것”이라며 “동대문에 노점 관리가 정착되면 명동, 남대문시장 지역까지 정비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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