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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정세진]대기업 임원들에겐 아무때나 사표받아도 되나

입력 | 2014-10-15 03:00:00


정세진·산업부

현대중공업의 권오갑 사장이 13일 임원 260명 전원의 사표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착잡했다. 올해 2분기(4∼6월)에 1조 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손실을 본 회사로서 ‘어쩔 수 없었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렇다고 저 많은 임원들에게 모두 사표를 받아야 했나’라는 의구심이 엇갈렸다.

기자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닌 듯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중공업의 한 직원은 “책임 추궁 차원에서 이뤄진 임원 전원 사표가 경영 정상화와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계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진 것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조선 업종 자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해양플랜트 부문 대형 공사의 공정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해 미리 공사손실충당금 5000억 원을 반영하면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냈다. 해양플랜트는 국내 조선업계가 익숙하지 않은 분야이다 보니 설계 지연과 공정 변경 등의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임원 모두가 사표를 내면서 책임을 질 일인지 논란거리다.

물론 자신이 맡은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면 해당 임원이 책임을 지는 게 옳다.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본 GS건설도 임원들에게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임원들에게 전원 사표를 쓰게 하는 쉬운 길을 택하지는 않았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 본인이 맡은 사업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책임을 지게 했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편한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하지는 않겠다”고 임직원들에게 약속했다.

이번 일괄 사표 조치로 한 가정의 가장인 임원들은 사표를 쓰고 초조한 마음으로 경영진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설사 이번 구조조정의 파동에서 살아남더라도 임원들의 회사에 대한 헌신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 현대중공업에 필요한 건 ‘임원 전원 사표’라는 뺄셈의 경영이 아니라 조직원의 헌신을 이끌어낼 공감대를 형성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덧셈의 경영이다. 현대중공업 경영진이 이번 사표 파동으로 수군거리는 임직원들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정세진·산업부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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