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의 시대/에릭 캔델 지음·이한음 옮김/772쪽·3만 원·알에이치코리아
매 순간 감정을 느낀다. 특히 미술 등 예술작품을 접할 때 감정 반응이 극대화된다. ‘감동적’이라고 외친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일까? 단순한 뇌의 화학반응일까?
이 책은 예술에서 느끼는 인간 감정의 본질을 탐구했다. 미학뿐 아니라 인문학, 인지심리학, 뇌 과학을 총동원해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파헤친다. 저자는 정신분석에 뇌세포 단위로 정신을 분석하는 ‘정신 생물학’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2000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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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면 때론 웃는 듯 때론 슬픈 듯 보인다. 그림 자체로만 보면 신비감의 원인은 다빈치가 검은 물감 위에 흰색 물감을 손가락 끝으로 덧칠하는 ‘스푸마토’ 화법으로 여인의 입가에 미묘한 그늘을 만들었기 때문.
하지만 그림 자체만으로는 ‘모나리자’의 신비감과 관람객의 감동을 완전히 해석할 수 없다. 인지심리학적으로 볼 때 관람자의 경험과 기억이 이미지를 자기에게 맞게 추론하기 때문에 모나리자가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시신경학적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 망막의 오목한 부분에는 시각세포인 추상체가 몰려 있는데 이를 통해 눈, 코 등 세부 이미지를 또렷이 보게 된다. 반면 망막 외곽의 추상체는 주변부 시각 역할을 해 모나리자 얼굴의 전체 윤곽을 흐릿하게 인식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모나리자의 얼굴을 뿌옇고 입꼬리가 더 올라간 듯한 신비로운 모습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시신경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전두엽 밑 ‘뇌섬엽’에 의해 ‘아름답다’는 감정으로 변환된다.
아! 복잡하다. 아름다운 건 그냥 아름다운 것 아닌가. 하지만 아름다움과 추함도 과학적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얼굴이 대칭적이어야 한다. 좋은 대칭성은 더 좋은 유전자를 시사하기 때문. 큰 눈, 아담한 코, 도톰한 입술도 균형미에 영향을 미친다. 남성은 긴 하관, 뚜렷한 턱선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이런 얼굴은 사춘기 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다량 분비돼야 형성된다. 즉 매력적인 얼굴은 번식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얼굴을 보면 뇌에서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마저 활성화된다. 뇌가 건강하고 번식력이 좋은 얼굴을 알아보고 이를 아름답다는 감정으로 치환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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