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도 연일 최저치 갈아치워… 외환, 후순위債 3억달러 발행 해외기관 몰려 역대 최저금리… 하나-농협-産銀 공모債도 불티 공기업-대기업까지 발행 서둘러… “한국채권 안전성-희소가치 덕분”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 등 아시아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원화채권 투자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다른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받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차별화된 위상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전날 아시아와 유럽 투자자를 대상으로 3억 달러(약 3200억 원)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만기는 10년이며 금리는 미국 국채금리에 1.85%포인트를 가산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25일 10년 만기의 3억 달러 외화 후순위채권을 미국 국채금리에 1.95%포인트를 얹어 발행했다. 당시 가산금리도 은행 후순위채 가산금리 중 최저 수준이었는데 외환은행이 약 2주일 만에 기록을 깬 것이다. 농협은행도 지난달 해외 92개 기관이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 그동안 내놓은 글로벌 공모채 가운데 가장 낮은 가산금리로 3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달러화채권을 찍었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서부발전이 지난달 3억 달러 규모의 달러화채권을 발행했으며 한국도로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외화채권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수년간 외화채권 발행을 저울질해 왔던 일부 대기업들도 하반기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 정부가 사상 최저금리로 외화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하면서 국가신용도를 등에 업은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외화채 발행을 서두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무엇보다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비해 국내 기관들이 선제적으로 외화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3조4980억 원을 순매수했다. 국가별로는 싱가포르가 1조657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1조189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말레이시아(6150억 원) 대만(4060억 원) 등 다른 아시아 국가도 한국 채권을 많이 사들였다. 특히 중국(13조6980억 원)은 미국(19조2180억 원)에 이어 한국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전통적인 순매수국인 룩셈부르크(12조120억 원)보다 규모가 크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상 우려가 있지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건전하고 각국 중앙은행 중심의 안정적인 투자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급격한 자금 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