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23∼26일 파업 찬반 투표… 어닝쇼크 이은 최악의 위기 우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9년 무분규 기록을 멈추고 파업을 가시화하고 있다. 노조는 22일 공고를 통해 23∼26일 조합원 1만8000명을 대상으로 쟁의행위(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25일까지로 예정된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파업 찬반 투표가 이뤄지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4∼6월) ‘어닝 쇼크’에 따른 비상경영체제의 일환으로 최근 사장까지 교체한 상황이라 업계는 노조의 파업 강행 움직임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합법적인 쟁의 절차를 거친 파업 투쟁을 19년 만에 준비하고 있다”면서 “전 조합원이 일치단결해서 찬반 투표에 참여하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결의를 다져야 할 때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노조는 17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대의원 175명 중 참석자 155명의 만장일치로 파업안을 통과시켰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범현대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자신들의 기본급과 성과급 등이 적다며 12년 만에 강성 노조를 택한 바 있다. 노조 측은 소식지를 통해 “이웃 사업장인 현대차 노조는 요구 조건을 쟁취하기 위해 해마다 부분파업에 돌입한다”며 파업을 독려하고 있다.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19년 동안 무파업이어서 조합원들이 (파업) 반대표를 던지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걱정을 담은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2차 조정도 원만히 안 되면 바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으니 노조가 이를 준비하는 투표를 할 수는 있다”면서도 “회사의 미래를 생각하는 현명한 판단을 하기 바란다”고 했다.
신임 권오갑 현대중공업 그룹기획실장 겸 사장은 임직원들에게 “파업이 발생하지 않도록 찬반 투표와 상관없이 교섭에 성실히 임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실적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파업만은 절대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에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1조103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