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아시아경기]17세 고교생 김청용 사격 2관왕
어머니-누나와 함께 2014 인천아시아경기에서 2관왕을 차지한 사격대표 김청용(가운데)이 21일 남자 공기권총 10m 시상식이 끝난 뒤 어머니 오세명 씨(오른쪽), 누나 김다정 씨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버지는 3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3년 전 아버지는 고집을 꺾었고, 아들은 사격선수가 됐다. 그러나 아버지는 지금 이 세상에 없고, 아들은 하늘에 있는 아버지가 언제나 힘을 준다고 믿고 있다. 21일 인천 아시아경기 사격에서 금메달을 딴 아들은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들어 하늘의 아버지를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사격을 시작한 지 3년밖에 안 된 김청용(17·흥덕고)이 한국 선수단 최초로 인천 아시아경기 2관왕에 올랐다. 김청용은 이날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201.2점을 쏴 팡웨이(중국·199.3점)와 진종오(KT·179.3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청용은 앞서 열린 단체전에서도 진종오 이대명(KB국민은행)과 함께 1744점으로 금메달을 합작했다. 585점으로 3명의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쐈다.
운동선수가 되려는 아들을 말렸던 아버지 고(故) 김주훈 씨는 마음을 바꾼 뒤에는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아들을 응원했다.
아들에게 어울리는 종목을 직접 찾아 나선 것도 그였다. 당시 김청용이 다니던 청주 서현중에는 펜싱부가 있었다. 김 씨는 아들을 이끌고 펜싱 테스트를 보게 했다. 며칠 뒤에는 사격팀이 있는 인근 복대중으로 아들을 데리고 가 총을 쏘게 했다. 당시 코치들이 내린 결론은 “펜싱에도 소질이 있지만 사격은 더욱 잘할 것 같다”였다. 김청용의 누나 김다정 씨(23·회사원)는 “아버지는 청용이가 몸과 몸이 부딪치는 운동을 하는 걸 싫어 하셨다. 그런 점에서 사격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했다.
아들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 씨는 그해 겨울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 서현중에서 복대중으로 아들의 전학 절차를 마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김청용의 금메달이 확정된 뒤 눈물을 쏟던 어머니 오세명 씨는 “청용이는 큰 대회를 나갈 때면 속으로 ‘아빠, 도와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오늘 금메달도 아빠가 하늘에서 다 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청용은 “추석 때도 못 가 본 아버지 산소를 찾아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왼손잡이 ‘사격 아이돌’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남자 공기권총 10m 개인전에서 김청용(오른쪽)과 진종오가 경기를 펼치고 있다. 인천=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그가 왼손잡이인 것도 특이하다. 그는 “왼손잡이라서 특별히 불편한 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상대 선수들은 그를 불편해한다. 사격선수들은 대부분 오른손잡이여서 경기 때 상대 선수의 뒷모습을 보면서 총을 쏘는데 그와 경기를 할 때면 얼굴을 마주보고 총을 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느끼는 어색함이 김청용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한다. 그는 “진종오 선배와 마주보고 연습이나 경기를 하면 눈앞에서 세계 최고 선수의 동작 등을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날 동메달을 따낸 진종오는 “연습 때도 종종 나를 이겼던 좋은 선수다. 새 사격 영웅의 탄생을 많이 축하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후배를 격려했다.
인천=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