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줄리언 바지니, 안토니아 마카로 지음·박근재 옮김/300쪽·1만4800원·아날로그
하지만 이 책은 ‘조금’ 결이 다르다. 철학자와 심리학자가 20개의 주제를 놓고 함께 고민했기 때문이다. 사실 철학과 심리학은 우리네 장삼이사에겐 그 밥에 그 나물 같지만,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다. 19세기까진 엇비슷했지만, ‘과학이 인간의 마음을 객관적인 척도로 측정하려고 시도’하면서 두 학문은 서로 다른 길을 갔다. 그런데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답을 찾는다? 꽤나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두 ‘조합’은 묘하게 엇갈려서 더 흥미진진하다. 예를 들어, 책 제목이기도 한 ‘최고가 아니면 다 실패한 삶일까’란 명제에 대한 두 학자의 의견을 들어보자. 둘 다 완벽주의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는다는 공통점은 있다. 그런데 심리학자는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노력이니 과정 자체에 만족하라고 조언한다. 반면 철학자는 완벽해질 수 있다는 허상을 떨쳐버리고 그간 자신이 살아온 삶 자체가 자신임을 받아들이라고 제안한다. 어떤가. 최고가 아니어도 좋다고 어깨를 다독이긴 마찬가지인데 시각이 전혀 다르다. 누구 말이 더 끌리는지 판단하는 건 역시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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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