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치 입문 2년 맞아… “상인의 현실 감각 필요했다” 권은희 등 ‘사람 보는 눈’과 이분법적 단순 논리로 결정적 타격 입어 ‘정치적 무능’ 지적 극복해야 국민이 더 기회 줄 것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안 의원은 7·30 재·보선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한 뒤 칩거 중이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란은 그가 대표로 있을 때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과장을 공천한 것으로 시작됐다. 2년 전 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치인이었으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어렵게 연락을 시도한 결과 그와 통화할 수 있었다.
―요즘 어떻게 지내는가.
―바깥에서 본 정치와 현실 정치는 얼마나 달랐는가.
“막스 베버의 말대로 신념윤리와 책임윤리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치에는 서생(書生)적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했던 말의 의미를 절감했다.”
―권은희 공천에 대해서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의도를 제대로 알리는 과정 관리가 이뤄져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
하지만 지식인으로서 한국 정치를 바꾸고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주려 했던 그의 동기는 훌륭했다. 대중과 권력의 눈치를 보며 멀리서 책임 안 질 말이나 떠드는 것이 요즘 지식인들 아니던가. 개인적으로 그가 ‘대중의 우상’으로 떠오를 무렵, 군 입대 일화 등에서 말의 앞뒤가 다르거나 과장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큰 맥락이 더 중요하다고 여겼다. 반면에 그의 ‘사람 보는 눈’은 위태롭게 느껴졌다.
경기도교육감을 지낸 뒤 올해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한 김상곤 씨에 대해 안 의원은 “제가 가야 할 길과 김 교육감이 가는 길이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념적으로 중도 쪽이고, 김 씨는 진보 쪽에 치우쳐 있다. 김 전 교육감은 평택 미군기지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운동을 벌였던 민교협 의장을 지냈다. ‘안보는 보수’라던 안 의원이 그를 “가는 길이 같다”고 평가한 것은 몹시 놀라웠다. 김 씨는 선거 공약으로 ‘무상버스’를 내세웠다가 중간에 탈락했다.
권은희 공천은 그 결정판이었다. 안 의원은 권 씨 공천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그의 살아온 이력은 진정성 그 자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결국 이 공천으로 안 의원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안 의원은 2011년 9월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 씨에게 양보하기에 앞서 당시 한나라당을 향해 “한국 사회에서 정치적 확장성을 갖는 것에 반대한다”고 일갈했다. 자신이 새 길을 선택한다면 한나라당의 정치적 확장성에 반대하는 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새누리당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고 있으며 정의롭지 않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안 의원이 스스로 선택한 민주당 역시 최근 사태를 보면 정치적 확장성을 가져도 되는 당은 아니다. 그가 종종 보여온 이 같은 이분법적 단순 논리도 실망스러웠다.
홍찬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