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선정 작업 잠정 보류에도… 여주 양평 등 후보지 5곳 거센 반발 신울진원전 전력 수도권 공급위해… 한전, 변압기-송전철탑 조성예정 “각종 규제로 고통… 두번 죽이는 꼴”, 주민은 물론 시군-의회까지 반대
신경기변전소 후보지 중 한 곳인 경기 광주시 곤지암읍 일대 주민들이 13일 곤지암공설운동장에 모여 변전소 건립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주시 제공
한전은 7월 중순 신경기변전소 건립 후보지 5곳을 발표했다. 해당 지역은 경기 여주시 금사면 전북리와 산북면 후리, 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광주시 곤지암읍 삼합리, 이천시 마장면 관리 등이다. 신경기변전소는 2019년 말까지 조성 예정인데, 부지 면적 8만8000m²에 765kV 주변압기와 전기를 공급할 755kV·345kV급 송전선로, 송전철탑 170여 개가 들어선다. 이 전력은 수도권 일대에 공급된다. 이 발표 뒤에 해당 시군과 의회, 주민들은 일제히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으로 이중삼중의 규제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변전소까지 들어서면 지역발전 불균형은 물론이고 생존권마저 위협받게 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광주시민 1500여 명은 13일 곤지암공설운동장에 모여 대규모 신경기변전소 건립 반대 시위를 개최했다. 주민들은 “각종 규제로 피해를 입어 왔는데 또다시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지역은 두 번 죽게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강석오 광주 신경기변전소 반대 대책위원장은 “현재 765kV 변전소와 선로가 지나가고 있는 경기 북부에 증설하면 민원도 적고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는데 왜 동부에 건설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결사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천시민들도 이달 4일 이천공설운동장에 모여 대규모 한전 규탄대회를 열었다. 주민들은 “2007년 특전사 이전지로 선정된 마장면 지역이 이번에는 변전소 입지후보지로 거론되는 것은 주민들의 핍박과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라며 후보지 제외를 촉구했다. 후보지가 2곳이나 되는 여주시민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주시의회 의장과 의원을 비롯한 주민 2000여 명은 이달 2일 서울 강남구 한전 본사를 찾아 반대 시위를 열었다. 강수열 산북면 변전소 송전탑 백지화 추진위원장은 “자연보전권역과 팔당특별대책권역 등 10여 개의 규제에 발목이 잡혀 공장 하나 마음대로 못 짓고 살아왔다”며 “최근 수려한 산세로 전원주택지로 각광받으면서 조금씩 인구가 늘어나는 마당에 변전소가 들어서면 우리 보고 죽으라는 말밖에 더 되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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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은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10월경 예비후보지 중 1곳을 최종후보지로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주민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달 초 후보지 선정을 잠정 보류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후보지 5곳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일정을 포함해 결정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