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전문매장 오픈… “이병철 회장 ‘사업보국’뜻 이을것”
이 사장이 지난해 말 사장으로 승진한 뒤 외부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었다. ‘노나곤’은 케이팝과 패션을 결합해 세계 시장을 노리기 위해 만들어진 브랜드로 이 사장이 특별한 관심을 갖고 론칭 준비를 지휘해 왔다.
이 사장은 이날 행사에 세계 패션업계의 ‘대모’로 불리는 카를라 소차니 여사를 초청해 ‘노나곤’을 알렸다. 소차니 여사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세계적인 편집매장 ‘10 코르소 코모’의 창립자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2008년 한국에 10코르소코모를 들여오면서 소차니 여사와 맺은 파트너십이 이제는 한국 브랜드를 해외로 알리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에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출신 신진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삼성패션디자인펀드(SFDF)’를 만들어 10년째 운영 중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 사장은 아무리 바빠도 SFDF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 격려해왔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패션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파슨스 전체 학생의 40%가량이 한국인일 정도인데 아직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디자이너 멘토링 제도’를 제안하기도 했다.
제일모직은 최근 몇 년 동안 ‘격변의 세월’을 겪어 왔다. 2012년 말 삼성그룹의 재무통인 윤주화 사장(현 제일모직 공동 대표이사)이 제일모직 패션부문장으로 부임했고, 지난해 9월 패션부문이 통째로 삼성에버랜드로 인수됐으며, 올해는 다시 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바꾸는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이 사장은 지난해 사장 승진 이후 윤 사장과 함께 브랜드 효율화 작업에 매진해 왔다. 버릴 것은 버리고 키울 것은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에잇세컨즈’와 ‘노나곤’ 등 국내 브랜드를 키워 해외로 내보내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2012년 론칭한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매출 1300억 원을 기록해 침체된 패션시장 속에서 급성장 중이다. 내년에는 중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브랜드 효율화 과정도 효과가 나오기 시작해 올 상반기(1∼6월) 제일모직 전체에서 패션부문 매출 비중은 37%였지만, 영업이익은 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김현수 kimhs@donga.com·권기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