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144명 5대공약 분석]복지시설 건설… 철도노선 신설… 구체 財源 없이 내놓고 나몰라라… 100명은 이행 정보도 공개안해
○ 말 뿐인 ‘공약(空約)’ 살펴보니
공직선거법상 대통령 선거와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선거 공약서를 작성하면서 공약 사업의 목표와 우선순위, 이행절차,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을 명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관련 조항이 없다. 표심을 자극할 만한 공약이 난무하지만 이에 대한 사후검증은 애초부터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초선·서울 송파갑)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따뜻한 사회 만들기’를 공약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따르는 소통과 민의 최우선의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약이라기보다는 이행 여부를 검증하기 어려운 일종의 ‘다짐’에 그쳤을 뿐이다.
의원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이행하기 쉬운 입법 관련 공약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증 대상인 481개 공약 가운데 입법 관련 공약은 32개(6.7%)로 조사됐고 이 중 본회의를 통과해 입법이 완료된 공약은 불과 4건(9.4%)에 그쳤다. 그나마 법안은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입법 공약이 20개(62.5%)여서 면피성 ‘시늉’은 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은 입법 공약도 8건(25%)이나 됐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선거에 임박해 공약을 만들다 보니 재원 마련 방안 등 구체화되지 못한 공약을 내놓은 게 대부분”이라며 “당선 이후에도 공약을 현실화하는 사업의 추진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 정치활동 홍보만 가득한 의정보고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해 5월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역구 국회의원 240명에게 공약 이행 현황 자료를 요구했지만 자료를 낸 의원은 161명에 그쳤다. 당시 조사에서도 이행한 공약은 12.2%에 그쳤다. 문제는 공약 중간 평가를 강제할 만한 아무런 규정이 없다는 것. 4년마다 선거철이면 공약이 쏟아지지만 유권자에게는 이를 검증할 만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를 위해 동아일보는 각 의원실이 내놓은 의정보고서와 공약평가표를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상당수 의원들은 자신의 지역구 활동을 홍보하는 사진으로만 가득 채운 경우도 있었다.
비교적 충실하게 의정보고서를 작성한 의원들도 있었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초선·대구 중-남)은 5대 핵심 공약별로 재원 마련 추진 상황을 정리해 공개하기도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 의원(재선·경기 양주-동두천)도 지역별 현안 국비 사업을 항목별로 나눠 연도별 예산 확보 내용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공약 이행 여부를 평가해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인 법률소비자연맹 총재는 “선거철 후보들이 내놓는 공약은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좌표이자 엄중한 약속”이라며 “후보자 공약이 기준 미달일 경우 유권자에게 알려 불이익을 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경준 인턴기자 연세대 금속시스템공학과 4학년
김준용 인턴기자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