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발표후 지역갈등에 우여곡절… 해안서 내륙으로 옮기고 규모 줄여 서천군 “경제효과 커 기대감”
1일 기공식이 열리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마서면의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조성 예정지. 1989년 정부가 국가산단으로 지정한 지 25년 만에 첫 삽을 뜬다. 서천군 제공
○ 희비 가른 ‘군장(군산·장항) 국가산업단지’
2006년 11월 충남 서천군 장항읍 해변 주민들은 대정부 투쟁을 위해 머리띠를 동여매고 거리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천군민으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북 군산시(1381만여 m²)와 서천군 장항읍(1223만여 m²)의 인접 바다를 메워 산업단지화하려는 ‘군장국가산업단지’ 계획을 발표한 것은 1989년. 하지만 금강을 사이에 둔 두 이웃 지역의 희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엇갈렸다. 산단 계획을 발표한 지 17년이 지나 군산지구는 준공식을 한 달 앞둔 반면 장항지구는 착공조차 못했다. 군산 시내에는 환영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나붙었고 나소열 당시 서천군수는 서울 정부청사를 찾아가 단식 농성 중이었다.
광고 로드중
취재를 마칠 즈음 어둠이 찾아들었다. 주민들은 불빛 휘황한 도시로 밤을 밝히는 군산지구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적막이 흐르는 장항지구를 번갈아 가리켜 보이며 말했다. “장항읍에는 메이커(유명 브랜드 제품)를 파는 상점이 없어진 지 오래됐어요. 상권은 이미 군산으로 빨려 들어갔죠….”
○ 생태산단 기공, ‘경제 숨쉬는 서천’ 기대감
정부는 서천군민들이 연일 상경 투쟁을 벌이면서 거센 반발을 보이자 다시 산단 추진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처 간 이견이 발목을 잡았다. 건설교통부는 해안 매립 예정지의 외곽도로 공사비를 확보하는 등 추진에 나섰지만 해양수산부는 갯벌 매립에 난색을 표시하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제동을 걸었다.
주민들은 “군산지구가 준공할 때까지 착공조차 미룬 정부가 이제 와서 환경문제를 이유로 들어 산단을 불허하려 한다”며 더욱 강하게 반발했다. 충남도와 다른 시군들도 동조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더이상 갯벌 매립은 안 된다”며 기존의 연안 매립형 산단 추진에 반대했다.
광고 로드중
장항국가생태산단은 △생명과학기술(연구개발업, 의료 및 의약품) △청정첨단지식(전자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통신장비) △수송(자동차 및 트레일러) △지역친화형(펄프 및 종이) 등 4개 분야의 산업 클러스터를 유치할 예정이다. 서천군은 갯벌 매립을 피했다는 의미로 산단에 ‘생태’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기업 유치를 위해 업종 제한에는 유연성을 가질 계획이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산단이 조성되면 7000명의 고용 유발과 1만2000명의 인구 증가 등 직접적인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며 “산단 조성을 계기로 돈과 일자리가 있는 서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12월 개원했고 해양생물자원관은 내년 초 개관을 앞두고 시범 운영 중이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