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DMZ 프로젝트 2014’전 공간이 갖는 감흥 이상의 것 없어
양지리 폐정미소 건물에서 ‘부서진 하늘’이라는 주제의 즉흥연주 퍼포먼스를 펼치는 첼리스트 이옥경. 퍼포먼스는 30일과 9월 6일 볼 수 있다. 철원=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2012년 시작해 3회째를 맞은 올해 전시에는 7개 나라 작가 12명이 1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아르헨티나의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는 조력자들과 함께 한 달간 양지리에 거주하며 현장에서 얻은 즉흥적 아이디어에 바탕을 둔 조형물을 만들고 그 과정을 영상물로 기록한다. 마을 헛간에서 상영하는 존 스코그(스웨덴)의 13분 55초 길이 영상 ‘Redoubt(보루)’는 핵전쟁을 염려해 스웨덴 농경지에 거대한 콘크리트 대피소를 지은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베트남의 딘 큐 레는 DMZ 접경지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전쟁, 분단, 통일에 대해 질문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영상물로 엮었다.
26일 언론에 먼저 공개한 ‘리얼…’전의 풍경은 취지에 대한 공감과 실체에 대한 불안감을 함께 안겼다. DMZ는 존재만으로도 저마다의 해석과 감응을 유발하는 대상이지만 그만큼 당연한 듯 잊어버린 채 지내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시선을 환기하는 것만으로도 이 대담한 프로젝트는 그 가치를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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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 큐레이터로 참여한 독일 건축가 니콜라우스 히르슈는 “비무장지대의 역설적 상황에 대한 다양한 문제의식을 짚어낸다”는 취지를 거듭 강조했다. 텅 빈 것 자체로 묵직한 힘을 가진 공간에 예술을 덧붙인다면 보다 세밀한 기획이 필요했다. 여러 예술가의 작품을 뿔뿔이 흩어놓는 것만으로는 배경이 지닌 가치 이상을 끌어내기 어렵다. 셔틀버스 투어 3만 원(중식 포함). 02-733-8948
철원=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