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서 실종된 프리랜서 처형… 다음 희생자로 또다른 미국인 지목 미군이 쓰던 오렌지색 죄수복 입혀… 이슬람 동조-내부이탈 방지 노린듯
이슬람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19일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16, 17일 미군이 IS가 장악한 이라크 북부 지역을 공습한 데 따른 보복이다. 2011년 1월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미국인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살해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은 20일 중 공식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예외 없이 ‘정면 대응’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IS는 19일 유튜브에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약 5분짜리 이 동영상에는 IS 대원으로 보이는 검은 복면을 쓴 남성이 미국인 프리랜서 기자 제임스 폴리(40)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폴리 기자는 미국 글로벌포스트와 AFP통신 등에 시리아 내전 소식을 전해오다 2012년 11월 시리아 북부 이드리브에서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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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NYT)는 동영상 속 폴리 기자가 미군 수용소 내 이슬람 수감자들이 입는 오렌지색 죄수복을 입은 점 등을 들어 “철저히 계산된 살해”라고 분석했다. 미군의 이슬람 탄압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슬람권의 동조를 끌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또 미군 공습 이후 동영상을 공개한 것은 IS 세력이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라고 NYT는 덧붙였다.
이 동영상에 대한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더욱 강경한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2004년 5월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미국인 닉 버그 씨가 알카에다에 의해 참수됐을 때도 미국은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등에서 ‘약한 대응’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기 때문에 공세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편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동영상 속 복면 쓴 남성이 말할 때 강한 영국 남부 억양이 나타났다”며 “영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도 20일 “7월 한 달 동안에만 IS에 합류하는 지하디스트가 6300명”이라며 “이 가운데 외국인 지하디스트가 1300명”이라고 전하면서 우려를 나타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